금호아시아나그룹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이 해임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며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반격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해임된 이후 현재까지 일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가족들과 주민의 말을 종합해 보면 박 전 회장은 해임 이후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외부 출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주민은 "박 전 회장의 운전기사들이 며칠째 집 안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박 전 회장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극히 꺼리는 평소의 내성적인 성격이 이번 사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전 회장이 비밀리에 자택 등에서 외부인들과 접촉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한 소식통은 "업계와 금융권에서 해임 이후 그의 주변 인물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간혹 그의 집을 오가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박 전 회장이 자신을 해임한 박삼구 명예회장에게 대응할 카드를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회장의 고심이 길어지는 이유로는 반전을 노릴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현재까지 박 전 회장은 자신을 해임한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의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법정에서의 해법도 박 전 회장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과 맥이 닿는다.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사내 대표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이사 전원이 참석했고, 그 중 박 전 회장을 제외한 6명이 그의 해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절차상 법적으로 하자를 찾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그의 해임을 주도한 박삼구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함께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28일의 기자회견에서 이사회의 해임 결의에는 흠결이 없다고 강조했고, 박찬법 신임 회장도 법적 분쟁 가능성은 `제로'라고 언급했다.
지분 대결을 통한 반격도 박 전 회장에겐 현실적으로 어려운 카드로 꼽힌다.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이 가진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약 18%로, 박 명예회장의 우호 지분인 29%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박 전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석유화학 계열사의 분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지켜져온 `형제경영'의 원칙은 한 명이 원인을 제공해 그룹이 분리될 경우 당사자에게 모든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우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이 두문불출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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