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월가 실패서 미래 찾는다

2009-07-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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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준비해 온 사무협조국 입구에 행사 마스코트인 하이바오가 우뚝 서 있다.

초여름에 찾은 중국 상하이는 내년 5월 열릴 세계박람회 준비로 도시 전체가 들썩였다.

푸동공항에 내리자마자 박람회 마스코트 하이바오가 손님을 맞는다. 시내 곳곳에도 사람 인(人)자를 닮은 하이바오 물결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상하이 세계박람회로 이어지는 세계적 이벤트는 중국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상하이는 전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를 오히려 기회 삼아 자본시장을 국제화하고 산업 전반을 구조조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물론 국내 정부와 기업도 이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美 월가 실패에서 배운다=중국은 금융위기로 취약점을 드러낸 미국 월가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같은 실수로 그동안 이룬 경제 성과를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루홍쥔 상하이국제금융학원장은 "월가 전철을 밟을 순 없다"며 "국제금융 중심지 구축은 상하이가 처한 여건에 맞춰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급한 국제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단 이야기다.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을 위한 첫 단계로 외국기업을 자국 증시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루 원장은 "이미 수많은 외국기업이 4~5년 후를 목표로 상하이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외국기업이 상장 이후 벌어들일 수익은 중국에 상당 부분 재투자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외국기업 상장을 위한 제도 개선도 빨라지고 있다. 이달 초 중국 상무부는 우량 외국기업 상장을 위한 정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8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외국기업 상장을 가속시킬 것이다. FDI를 늘리는 데 외국기업 상장이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는 부실기업 퇴출도 가속시키고 있다.

추원서 산업은행 상하이지점장은 "중국 당국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금융위기를 산업 재편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중국 당국은 수시로 회의를 열거나 설문을 돌려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현황과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엔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실한 외국계 은행을 걸러내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추 지점장은 "부당한 조치에 대해선 다른 외국계 은행과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이번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 건실한 은행이란 이미지를 굳힐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중국 당국이 정한 기준을 밑도는 외국기업은 이곳에 발붙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김국영 우리은행 상하이사무소장은 "경제선진지역인 광둥과 둥관에서 부실 외국기업에 대한 정리가 단행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외자유치에 급급했던 과거와 확연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기업 규제강화 대비해야=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규제 강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은 중국 자본시장 발전에 맞춰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곳 영업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산업은행 상하이지점 총자산은 9억5000만 달러다. 이 가운데 80%인 7억6000만 달러가 대출이다. 문제는 100여개 여신 거래처 가운데 80%가 한국 기업이란 점이다. 현지 기업 공략이 쉽지 않은 탓이다.

추원서 지점장은 "올해가 어느 해보다 어렵다"며 "다른 외국계 은행은 물론 중국계 은행과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추 지점장은 "그동안 누렸던 세제 혜택이 줄어든 반면 금융ㆍ노무 감독이 강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기로 중국계 은행이 자금운용에 인색해진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추 지점장은 "이곳 현지 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자금조달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이 우리 기업에게 블루오션임은 분명하지만 갈수록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에 온 우리 증권사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현지 기업과 합작하지 않으면 사업을 하거나 지배주주가 될 수 없다. 어렵게 현지 파트너를 구하더라도 당국 승인까지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사무소장은 "온라인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까진 국내 증권사가 중국에서 위탁매매로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탓에 이곳에 온 우리 증권사는 중국 기업을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공개(IPO) 분야로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중국 기업 역량이 갈수록 나아지는 점도 부담스럽다.

김국영 소장은 "중국은 선진 금융시장 실패를 보면서 학습하고 대비해 왔다"며 "이곳 우량 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어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하이=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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