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른 살길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관광이 재개된다는 기약도 없고..."
관광객이 피격돼 사망하는 초유의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오는 11일로 1년을 맞는다.
관광객 집결지였던 화진포 아산휴게소도 주차장을 가득 메웠던 버스들은 온데간데없고 문을 닫은 식당의 테이블과 편의점의 상품 진열대는 먼지만 뒤집어쓴 채 을씨년스런 모습을 하고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때 20여명에 달했던 현대아산 고성사무소의 직원들도 이제는 5명 내외만 남아 1주일에 한 차례씩 매주 화요일 금강산을 오가는 사업자들의 통행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18일 동해항에서 닻을 올린 '금강호'의 뱃고동과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남북교류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던 금강산 관광은 지난해 7월 11일 오전 5시께 금강산해수욕장 인근에서 남한의 50대 여성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에 숨지는 사건으로 인해 중단된 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설상가상의 상황이 전개되면서 재개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과 협력업체는 물론 금강산 육로관광의 출발지인 강원 고성지역까지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강산 관광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 고성지역에는 하루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줬다.
국도 주변의 식당과 상가들은 금강산 관광객들이 큰 소득원이 됐고 금강산 현지에 각종 음식재료를 납품하는 업체들도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관광 중단 이후 고성군 거진읍과 현내면 지역 일부 음식점과 숙박업소들은 늘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금강산 길목에 있는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명파리는 관광 중단 이후에도 식당들은 문을 열고 있지만 찾는 손님들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업소들은 "마지못해 문을 열고 있지만,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는 날이 많다"며 "하루빨리 관광이 재개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영복 명파리 이장은 "관광 중단 이후 음식점과 건어물 판매점들의 사정이 많이 어려워졌다"며 안타까운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명파리에서 남쪽으로 2∼3㎞ 정도 떨어진 현내면 마차진리도 마찬가지다.
금강산관광 중단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휴업을 한 대형식당의 주차장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고 문을 닫은 도로변 몇몇 횟집들도 영업재개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달부터 시작된 피서철.
주민들은 해수욕장이 개장하고 피서객들이 몰려오면 사정이 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고성군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자체 분석에 따르면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이 지역에서는 그동안 월평균 20억원이 훨씬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관광 중단 이후 4개월 동안 고성지역에서 발생한 직.간접적 피해는 102억9천여만원으로 추정됐다.
관광객 이동이 많은 거진읍과 현내면은 90여개 업소의 판매 감소액이 10억3천여만원에 달했고 77개 납품업체 매출도 2억8천여만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7번 국도와 46번 국도 주변의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음식점과 모텔, 콘도미니엄 등의 매출이 2007년보다 월평균 6억1천여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거진읍과 현내면에서는 55개 업소가 휴업을 하고 종업원 96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고성지역 전체에서는 금강산관광 관련업체 종사자 276명 등 모두 413명이 실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정이 이렇게 나빠지자 고성군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업소와 주민들에 대한 지방세 징수를 미루고 군비 6억6천여만원을 들여 산림가꾸기, 산불감시 등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정부에 특별교부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금강산관광 중단과 관련된 지역경제 동향을 추가로 조사하지 않아 최근의 자료는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그때보다 사정이 더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관광이 조기에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