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신용카드를 3년째 사용하고 있는 임씨는 그동안 해외에서 이 카드를 한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다. 카드 오른쪽 하단에 비자(VISA) 로고가 새겨져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막상 해외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면 엄청난 수수료가 들기 때문이다. 해외겸용카드지만 사실 임씨에겐 국내전용카드나 다름없다. 매년 증가하는 수수료와 연회비를 제외하면 말이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고객 중 대부분은 해외겸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처럼 거의 사용하는 경우가 없어 국내 카드사가 비자 및 마스터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 및 마스터에 지불한 수수료는 총 2907억원에 달했다.
2005년 481억원이던 해외겸용카드 수수료는 2006년 583억원, 2007년 743억원에 이어 지난해 11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수수료가 증가한데는 매년 국내외 카드결제 금액이 증가한 것도 있지만, 비자와 마스터로 대변되는 국제 브랜드사가 해외 및 국내 사용액 수수료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보통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비자나 마스터와 제휴해 해외겸용 카드를 출시한다.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사용한 결제금액에 대해 카드 발급 및 유지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가 국제 브랜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의 대부분은 국내 사용액에 대한 것으로 해외사용액 수수료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는 불필요한 해외겸용 카드 발급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겸용 카드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비자카드는 2007년 해외 사용액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을 0.03%에서 0.2%로 인상했다.
올해 4월부터는 국내 이용액 수수료율 할인혜택을 폐지해 일괄적으로 0.04%의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발급사 0.03%, 매입사 0.01%를 합해 0.04%를 적용하고 있다"며 "전에는 카드 발급을 많이 하는 카드사에 대해 발급사 수수료율을 할인해줬는데 공평치 못하다고 판단해 일괄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상품이라도 해외겸용카드가 국내전용카드보다 연회비가 약 5000원정도 비싸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이유도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해외겸용카드를 소지한 고객들이 추가로 내는 연회비는 약 1000억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용카드사들이 국내 겸용카드 발급을 꺼리는 이유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전용카드가 주가 되면 VIP고객들이 타 카드사로 이동할거라는 우려때문에 꺼리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VIP카드의 경우는 해외겸용카드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4월 카드사들에게 국내전용카드 발급을 독려한 바 있다"며 "4월 이후 새로 나온 카드는 국내전용카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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