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힘찬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워크아웃 조기졸업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는 한편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잇단 공사 수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주채권금융기관과의 이견으로 최근 살아나고 있는 분양시장에도 불구하고 분양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특히 주택건설을 주력으로 해온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주채권은행 등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금융비용 등의 문제로 사업장 매각에 나서고 있다.
◇ 부활의 날개짓
올해 전체 임직원 가운데 27%를 내보낸 우림건설. 우림건설은 지난 29일 디엔비코리아로부터 기업신용등급 'BBB'를 부여받았다.
신용등급 BBB가 의미있는 것은 500억원이 넘는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 되기 때문이다. 현행 회계예규상 5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받아야 하고, 이 때 신용등급이 'BB+'이상이어야 한다.
우림건설은 이번 BBB 등급을 획득하므로써 향후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공공공사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시 워크아웃 건설사인 풍림산업은 워크아웃 조기 졸업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아예 기업 체질을 바꾸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도외시했던 공공공사나 비교열위 분양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철저한 위험관리를 바탕으로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공공공사 수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한주택공사로부터 약 650억원 규모의 군포 당동 아파트 건설공사와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가 발주한 268억원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 경남기업이 올해 들어 수주한 공사는 총 5125억원에 달한다.
비록 워크아웃중이라고 하지만 해외시장 공략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수건설은 아프리카 씨에라리온 건설시장에 진출한다. 씨에라리온 도로청이 발주한 케네마~팬뎀부 지역을 잇는 86km에 이르는 도로 개량 및 복구공사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풍림산업도 총 2억6000만달러 규모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사업(EPC방식)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철준 우림건설 사장은 "오는 2011년이면 회사가 안정될 것"이라며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리도 분양하고 싶다"
워크아웃 건설사 주채권금융기관들이 해당 기업의 수도권 알짜 단지 분양 여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위해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약속했지만 수도권 내 알짜 용지는 매각보다는 직접 분양이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건설사들도 이러한 점을 부각시키며 채권은행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쉽게 은행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천 청라지구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김포한강신도시의 '우미린' 분양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주채권은행들도 직접 분양 보다는 매각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월드건설은 김포시 양촌면 김포한강신도시에 보유한 AC-12블록 공공주택용지를 직접 분양할 계획이지만 은행권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월드건설 관계자는 "공급 예정 물량이 그리 많지 안되는데다 분양을 해도 내년이기 때문에 시장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채권단과의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분양을 계획하던 우림건설도 결국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분양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채권은행과의 협약을 통해 김포한강신도시 용지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김포 양촌지구의 경우 수익성이 높아 PF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금융비용 등을 감안해 시공권을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문건설이 지난 5월 청라지구 동시분양에 참여하지 못한 것도 PF상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쟁사들이 동시분양을 추진해 높을 분양률을 기록했지만 워크아웃 기업인 이 회사는 PF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동시분양에 끼지 못했다.
동문건설은 어떻게든 이달 청라지구 A36블록에 공급면적 141∼155㎡ 734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주경제= 정수영기자·유희석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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