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보험사 간의 유착 관계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보험 입찰 과정에서 특정 보험사를 밀어주기 위해 보장내용과 보험료 납입 방식 등을 제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 단독 응찰 후 수의계약 따내
입찰 담합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는 지자체가 보험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보험사의 보장내용과 보험료 납입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사마다 상품 설계 내역과 보험료 납입방식이 제각각이라 이를 제한할 경우 다른 보험사는 입찰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금호생명은 강원 인제군과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북 상주시 등의 셋째 이상 출생아 건강보험기관 선정 입찰에 단독 응찰해 계약을 따냈다.
전남 영광군은 금호생명 상품과 동일한 보장내용을 제시했다가 손해보험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결국 입찰 내용을 수정해 7개 보험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서울 강남구와 경북 울진군도 다수 보험사의 입찰 참여를 허용했으나 결국 계약은 금호생명과 체결했다.
일부 지자체는 독특한 보험료 납입 방식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특정 보험사를 지원했다.
경기 성남시와 강원 삼척시는 어린이보험 입찰 과정에서 3년납 7년 만기로 보험료를 내기로 결정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이 유일했다.
다른 보험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이들 지자체 측은 "3년 동안 보험료를 나눠 내도록 예산을 잡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제시한 입찰 규격을 맞추지 못하면 자사 보험상품의 우수성을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1차 서류 전형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건당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특정 보험사가 독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부실한 보장…피해 확산 우려
생보사의 어린이보험은 손보사와 달리 상해 의료비를 주지 않는다. 골절, 화상, 찰과상 등의 상처에 대해서는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부 기관과 지자체들이 공무원 단체보험을 가입할 때 손보사를 선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에서 상해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지자체 보험 입찰에 참여했던 한 손보사 관계자는 "손보사와 계약을 체결한 지자체의 경우 평균 500만원 가량의 상해 의료비 보장을 받을 수 있지만 생보사를 선택하면 이같은 보장을 전혀 받을 수 없다"며 "실제 수혜자인 부모와 아동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수준은 생보사와 손보사가 비슷하지만 보장내용은 차이가 있다"며 "그럼에도 굳이 생보사를 선택하는 것은 지자체와 특정 보험사 간의 뒷거래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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