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민을 볼모로 하는 국회 더 이상 안된다

2009-08-0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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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18대 국회는 버린 자식"이라며 "국민 분노가 폭발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정규직 법안과 미디어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대치한 상황에 대해 전 국회의장으로서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이다. 명심해야 할 말이다.

한나라당이 6월 임시국회를 일단 열어 놓았다. 하지만 미디어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치하더니 결국 실력대결로 가는 분위기이다. 6월 국회 회기는 이미 시작했으나 아직 본회의나 상임위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6월 국회 회기 개시일인 26일 오전 4당과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한나라당 단독국회 개최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당은 이미 국회 개회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 점거 농성 중에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18명이 국회 본회의장 앞 홀에서 무기한 밤샘 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다시 민주주의’와 ‘국민모임’ 소속 의원들이다. ‘민주주의’와 ‘국민’을 누구보다 사랑하자는 뜻에서 모였을 것 이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민주주의와 국민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농성을 택한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말 같은 곳에서 농성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서울광장에서도 농성을 벌였다. 국회는 어떤 곳인가 대화와 타협. 즉 끝없는 협상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조정하여 가장 좋은, 아니면 가장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는 곳이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일 것이다. 그래야 할 국회의원들이 사안마다 농성을 통해 관철 시키려 한다면 이는 진정한 국민, 민주주의 사랑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6월 국회 소집한 것은 이명박(MB) 악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법의 경우 이미 지난 3월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다. 여야는 문방위에 자문기구인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고 문방위에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런 민주당이 이 합의의 무효를 선언하고 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자기들이 합의한 사항을 이처럼 무시하면서 민주주의 후퇴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들의 주장처럼 이 법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독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면 국회로 들어가 그 조항의 부당성을 설득, 제거해야 한다. 농성이 아니라 대화와 설득으로 풀 일이다.

또 한나라당이 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비정규직법안 또한 아니러니 하게도 민주당이 여당이었을 때 주도적으로 만든 법이다. 그들이 만든 ‘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안이 아니라 사지로 내모는 법안 되고 만 것이다. 개정하지 않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수십만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해고되거나 조건이 더 나쁜 비정규직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긴급한 문제다. 그런데도 여야는 반성과 책임은 고사하고 당리당략에 매달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법안의 경우는 이미 예고된 사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안이하게 대처했다. 7월1일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 또는 해고 후 다시 비정규직으로 취업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야는 28일까지 적절한 방안을 마련은 물론 논의조차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당정협의를 마치고 야당과도 물밑 협상을 했어야 했다. 한나라당은 조문 정국이라는 핑계로 두 손 놓고 있다가 시기가 임박해 지자 유예 2년 안을 내놓으면서 할 일을 다 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제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한다면 국회로 들어가 밤을 새워서라도  국정 현안들을 토론하고 처리해야 한다. 국회가 논의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만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권력 세습을 서두르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고,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불황으로 서민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빈곤층이 늘어나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마다 극단적인 갈등이 반복·증폭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국회 안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국회 안에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으니 이들의 존재 이유가 헷갈린다. 사회 갈등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야 할 주체는 바로 국회다. 지금은 민주주의와 국민을 위해 민주당이 국회로 들어가야 할 때다.
국민을 실망시키며 우리 사회 전체를 오염시키고 국민에 걱정을 끼치는 국회를 언제까지 우리는 지켜봐야 하는 가. 이제 우리는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을 걱정하는 국회를 원하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을 볼모로 하는 파행 국회가 계속된다면 국민들로부터 저항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여야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양규현 기자 to6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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