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는 부동산 경기가 바닥 다지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인지는 의문이다. 실물경제가 침체에서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데다 기업 구조조정과 국제유가 인상 등 악재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증시 동향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지 여부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 주가가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경우 자금이 부동산 대신 증시로 몰릴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주가가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
◆ 부동산 경기 바닥쳤나
지난 3월부터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현재 부동산 가격은 지난 2006년 고점 대비 80~90% 수준의 매매가를 회복한 상태다.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각종 개발 호재가 터져 나오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상품에 유입돼 있던 부동자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황경일 한국씨티은행 개인영업추진부 팀장은 "정부가 규제를 공격적으로 폐지하면서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고 있지만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의 상승을 이끌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며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강남, 송파, 서초 등 강남 지역과 일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 국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여전히 많은데다 건설사들의 자금난도 심화하고 있어 당분간은 공격적인 매수를 삼가면서 부동산 시장 추이를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향후 증시 동향에 주목해야
하반기 부동산 경기는 증시 동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시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걸맞는 수익률을 기록할 경우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을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반면 증시가 지지부진한 조정 장세에 접어들면 투자처를 찾아 헤매던 대기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 이럴 경우 부동산 경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최봉수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PB팀장은 "지난 3월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투자를 기다리는 대기자금은 많다고 생각한다"며 "증시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어느 정도로 부응하는냐에 따라 자금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의 주가 반등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반영했다기보다는 그동안 급락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반발 매수인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주가가 최저 1150 최고 1500 사이에 횡보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워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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