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정무직을 제외한 각 부처의 실무간부 인사를 장관에게 맡길 생각”이라고 밝혀 부처 인사에 일대 변화가 일 조짐이다.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의 방침에 대해 “차관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의 인사를 장관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장관 인사권을 강화한 것”이라며 “전방위적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집권 2년차를 맞아 각 부처 장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장관들도 본인 인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강해진 권한만큼 그에 비례한 책임을 장관들에게 묻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확고한 뜻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은 정권 출범 이후 1년4개월이 지나면서 각 부처의 요직에 지난 정권의 흔적이 지워진데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교체기에 참여정부 인사들이 각 부처에 남아있어 청와대가 인사쇄신을 직접 단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각 부처에서 국정운영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청와대가 '검증' 과정에서 인사 협의를 했던 간부직 공무원은 옛 1급인 실장급 공무원이다.
그 이하 직급은 원래 장관이 인사를 해온 만큼 이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280여명에 달하는 각 부처 실장급 공무원들의 임면, 상벌 등 인사와 관련한 전권을 장관들에게 부여했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아닌 장관이 임명하는 공공기관장과 감사에도 이 같은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청와대와의 인사협의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생략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공공기관장 및 감사 후보자의 검증 작업은 현행대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맡는다.
297개 공공기관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기관장직은 65개, 감사직은 43개이며 장관이 임명하는 기관장직과 감사직은 128개씩 모두 256개다.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은 “앞으로 대통령 임명직 외에는 청와대에는 인사 협의를 생략하고 주무 장관이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할 적임자를 선정해 임명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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