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훈의 Book&Talk - '가족 성공학'

2009-06-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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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훈의 Book&Talk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김미경 著/ 명진출판

한 글자 한 구절 모두 저자가 몸으로 세상을 경험한 바를 하나하나 정성껏 풀어 쓴 흔적(肉聲)이 역력한 책이다. 책은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가 주요 내용을 차지한다. 현실이 어려워도 가족의 꿈을 잃지 않고 지켜가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혜를 담은 ‘가족 성공학(Family Self-Help)’이 시종일관 강조된다.

목차부터 먼저 훑었다. ‘가정도 기업처럼 주기적으로 위기를 맞는다. 가족이란 서로 손잡아 줄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관계. 가훈이 아니라 가족 비전을 만들어라. 말이 통하는 가족이 꿈을 이룬다. 도망가고 싶거든 돌아올 곳을 생각하라’ 등의 주제가 내 흥미를 확 당겼다. 그것들부터 먼저 챙겨 읽기 시작했다.

‘가정을 꾸리는 것도 창업과 마찬가지다’(20쪽)라는 구절이 무척 내 맘에 들었다. 그럴 수밖에…. 두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고 가족을 일구는 것도 일종의 창업이라는 저자의 시각이 내겐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리리양장점 역사를 소개함이 그랬다. 내용은 이렇다. 저자인 김미경 원장의 엄마가 창업한 리리양장점은 충북 증평의 첫 양장점이었던 셈이다. 이른바 경제학에서 말하는 ‘선점효과’를 누렸다. 그러니 처음엔 장사가 잘됐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대기업에서 만든 기성복 제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유행이 한 순간에 바뀌었다. 가게는 파리만 날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최악의 위기였다. 이 위기를 엄마는 어떻게든 버텨야했다. 엄마는 드센 자존심과 고집을 버렸다. 그 결과, 양장점을 반으로 뚝 잘라 양품점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렇게 김미경 원장은 책에서 술회한다.

반 뚝 잘라 양품점을 낸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다시 유행이 바뀌었다. 기성복에서 맞춤복으로 말이다. 말하자면 소비자 기호가 달라진 것이다. 워낙 고객정보를 속속 꿰차고 있었던 엄마였다. 그러한 경쟁력 덕분에 엄마는 전성기를 다시 맞이할 수 있었다. 해서 최악의 위기를 돌파했다. 그렇게 해서 엄마의 양장점은 아주 오래(50년) 증평에서 버틸 수 있었다.

이 대목은 뭐랄까.
어쩐지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쓴 ‘내려가는 연습(Top to Bottom)’이란 책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할까나. 내 보기엔 그렇다.

엄마는 고전 ‘중용(中庸)’에 나오는 등고자비(登高自卑), 즉 높은 곳(登高)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自卑)으로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경영의 지혜를 온몸으로 깨달은 분으로 이왕 보였다. 이 때문이다.

내친김에 더 보태자.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라는 주장이 고전 ‘시경(詩經)’ 소아(小雅)에 등장하는 ‘당체(아가위)’라는 시의 내용과 무척 닮았다는 것을 밝힌다.

이 시를 공자가 읊고 나서 “부모는 참 편안하고 즐거우시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은 독후감을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공자님 말씀을 끝으로 흉내코자 한다.

“(책 읽기는) 참 편안하고 즐거웠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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