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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훈의 Book&Talk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김미경 著/ 명진출판
한 글자 한 구절 모두 저자가 몸으로 세상을 경험한 바를 하나하나 정성껏 풀어 쓴 흔적(肉聲)이 역력한 책이다. 책은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가 주요 내용을 차지한다. 현실이 어려워도 가족의 꿈을 잃지 않고 지켜가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혜를 담은 ‘가족 성공학(Family Self-Help)’이 시종일관 강조된다.
목차부터 먼저 훑었다. ‘가정도 기업처럼 주기적으로 위기를 맞는다. 가족이란 서로 손잡아 줄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관계. 가훈이 아니라 가족 비전을 만들어라. 말이 통하는 가족이 꿈을 이룬다. 도망가고 싶거든 돌아올 곳을 생각하라’ 등의 주제가 내 흥미를 확 당겼다. 그것들부터 먼저 챙겨 읽기 시작했다.
특히 리리양장점 역사를 소개함이 그랬다. 내용은 이렇다. 저자인 김미경 원장의 엄마가 창업한 리리양장점은 충북 증평의 첫 양장점이었던 셈이다. 이른바 경제학에서 말하는 ‘선점효과’를 누렸다. 그러니 처음엔 장사가 잘됐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대기업에서 만든 기성복 제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유행이 한 순간에 바뀌었다. 가게는 파리만 날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최악의 위기였다. 이 위기를 엄마는 어떻게든 버텨야했다. 엄마는 드센 자존심과 고집을 버렸다. 그 결과, 양장점을 반으로 뚝 잘라 양품점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렇게 김미경 원장은 책에서 술회한다.
반 뚝 잘라 양품점을 낸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다시 유행이 바뀌었다. 기성복에서 맞춤복으로 말이다. 말하자면 소비자 기호가 달라진 것이다. 워낙 고객정보를 속속 꿰차고 있었던 엄마였다. 그러한 경쟁력 덕분에 엄마는 전성기를 다시 맞이할 수 있었다. 해서 최악의 위기를 돌파했다. 그렇게 해서 엄마의 양장점은 아주 오래(50년) 증평에서 버틸 수 있었다.
이 대목은 뭐랄까.
어쩐지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쓴 ‘내려가는 연습(Top to Bottom)’이란 책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할까나. 내 보기엔 그렇다.
엄마는 고전 ‘중용(中庸)’에 나오는 등고자비(登高自卑), 즉 높은 곳(登高)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自卑)으로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경영의 지혜를 온몸으로 깨달은 분으로 이왕 보였다. 이 때문이다.
내친김에 더 보태자.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라는 주장이 고전 ‘시경(詩經)’ 소아(小雅)에 등장하는 ‘당체(아가위)’라는 시의 내용과 무척 닮았다는 것을 밝힌다.
이 시를 공자가 읊고 나서 “부모는 참 편안하고 즐거우시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은 독후감을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공자님 말씀을 끝으로 흉내코자 한다.
“(책 읽기는) 참 편안하고 즐거웠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