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점점 살아나는 추세다. 세계은행(WB)은 22일 “한국경제가 올해 -3~-3.5% 성장률을 기록하겠지만 이후 급속한 회복으로 내년 2%, 2011년 4~5%의 플러스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유가급등 등 아직 불안요소가 남아 있는 데다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진정한 경기회복은 올 3~4분기를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 재발 가능성이 올 하반기 가장 큰 불안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본지는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과 해결방안을 진단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원자재가격 상승과 각 국의 내수 부양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유가 급등도 경제 회복 기대감에 편승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과 관계없이 투기적으로 유가가 급등한다면 우리 경제엔 악영향이다.
내적으로 투자 저조에 따른 생산성 악화로 고용이 안 좋다.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가는 우리로선 어쩔 수 없으나 장기적으로 에너지 절감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매번 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우리 경제의 뿌리가 흔들려선 안 된다. 에너지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하반기 가장 큰 불안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특히 유가 급등은 아직 경기회복 시기임을 감안하면 큰 불안요소다. 문제는 유가가 치솟으면 속수무책이다.
또 금융시장 불안정을 들 수 있다. 특히 미국과 달리 유럽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유럽 은행들은 부채비율이 높고, 경제규모보다 규모가 커 부실이 현실화되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유럽은 우리와의 교역규모도 미국보다 커 내수침체가 장기화 되면 한국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유가급등은 단기적 해결방안이 없어 문제다. 대체에너지 개발, 해외 유전개발에 투자하고 해외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유가급등은 한국경제의 주요 변수다. 현재 유가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올랐는데 이는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경제보단 국회 공전 등 정치 불안이 하반기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본다. 민생ㆍ경제 법안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서다.
현재 수출경쟁력 악화를 재정지출로 채우고 있는데 만약 정부가 확장적 정책기조를 변경하면 한국경제는 더블딥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확정적 재정정책기조는 유지돼야 한다.
동시에 경제가 다시 회복되면서 올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준비해야 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들었으나 동유럽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세계 경제회복 가능성이 취약한 상태다.
유가도 문제다. 약한 경기회복세를 볼 때 공급불안 요인보다는 투기적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대외적 요인이다.
한반도리스크로 인해 긴장이 고조돼 국내적으로 금융시장은 물론 투자 소비심리도 위축되기 때문에 불안 요소다.
정부 운신의 폭의 한계가 있지만 금융완화를 지속하고 재정확대 등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추가경정예산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집행돼야 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금융위기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택시장 등의 하락세와 금년 재정 고갈로 내년에는 쓸 돈이 없을 뿐더러 인플레 불안도 있다.
언젠간 대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진통제만 먹고 잠시 안정을 찾은 것과 똑같은 것이다.
한 예로 CDS프리미엄(부도 위험을 사고파는 신용파생상품)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부도 손실 위험을 줄여주지만 파산 도미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요소가 동유럽은 물론 전 유럽에 넓게 퍼져있으며 그 파장은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
당장은 금융불안을 겪는 국가들이 기업 스스로 부실을 도려내는 작업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져놓는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도 현 확장 정책기조를 유지하되 해외 경기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 하면서 충격전이를 완화해야 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하반기 경기회복 장애요인으로 9가지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재발 가능성, 해외 경기회복 지연, 원자재가격 불안,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위축 등등이 그것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불안의 경우 미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과 금융 부실 규모 증가가 우려된다. 또 동유럽은 높은 대외부채 부담과 경상수지 악화, 외자유입 감소 등의 리스크 요인이 있다. 이는 제2의 금융위기로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다.
국내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 경기활성화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또 자동차ㆍ조선 등 주력산업의 녹색지원, R&D지원 등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ㆍ재정정책 로드맵 작성, 재정건전성 강화전략 등 사전적 출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된다.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 때 각국에서 돈을 퍼부어 지금은 다소 진정됐다지만 투자 및 소비 등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확산돼 경제가 주저앉아 더블딥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지금은 부동산 등 부동자금이 산업자금으로 흐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 구조조정을 독려해야 한다. 부실이 없어져야 기업의 생산 및 투자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가 안정되면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또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새 산업을 발굴해 투자해야 한다. 세금 완화 등의 조치도 생각할 수 있다.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안정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조기 회복이 어렵고 바닥 상황이 당분간 지속 될 것이다. 먼저 투자나 소비 등 실물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이 큰 부분이긴 하지만 정부에서는 사람을 자르지 말라고 하기에 쉽지 않다. 세금완화도 한 방법이겠지만 이후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사정이 나아져서 투자나 소비에 나서야 하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다.
오히려 정부 추진 인프라 구축사업 즉, 4대 강 정비사업 등이 실현돼야 한다. 국회가 할 일이지만 현 상황을 볼 땐 미지수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내성적인 변수는 예측 가능하나 원자재 가격 등 해외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요소는 예견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불확실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실물경제 회복이 관건이다.
다만 현재 확장정책을 축소주의로 전환하면 역차별적 요소가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시장 신뢰회복이나 위험성을 일깨워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나서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면 오히려 경제가 살아나기 어려워진다.
정부주도 구조조정은 가능하지도 않고 시장에서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현재 시장이 돌아가는 대로 놔두면 된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환율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미국금융시장 침체 유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불안요소다.
금융위기, 실물경제, 실업률과 생산성 감소가 겹쳐서 일어나는데 파장을 전혀 예측 못하고 있다. 각국의 확장정책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 미국 금융시장이 얼마만큼 살아나느냐에 따라 불안요인이 가시화 될 수도 있고 걷힐 수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물가가 들썩이고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등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은 3,4분기만 보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세계경기의 흐름을 살필 때다. 그나마 기업들은 금융구조조정, 생산성향상, 시스템 개선 등을 병행해 기초체력을 다져놓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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