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인터뷰
세계적 금융위기로 중국의 실물경제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최근 투자와 소비 진작 정책을 중심으로 4조 위안 규모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실시 중이다.
전문가들은 GDP의 15%에 육박하는 4조 위안, 즉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내수 진작용 실탄이 충분한 이유인지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큰 국가다. 그 수출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중국의 수출이 하반기에 개선되더라도 연간 10%대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주요 선진국 시장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경제통’인 정덕구 니어(NEAR)재단 이사장의 전망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중국은 경제성장 목표치인 8%는 달성하되 수출은 올 3~4분기 실적을 봐야 한다”고 평한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는 현재 니어재단 이사장과 중국 인민대학교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수년 동안 중국을 오가며 현지분위기를 익히고 금융·재정 강의를 펼쳐 온 이유였을까.
다른 전문가의 평과 큰 차이는 없어도 그의 진단은 평범하지 않고 현지 냄새가 물씬 풍겨진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드는 비유에서도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8% 달성을 위해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는데 목표달성이 가능할지.
▲중국에 대한 여러 정치·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8% 목표 달성은 가능하다고 본다. 우선 중국은 거버넌스, 즉 의사결정 과정이 심플하다는 데 근거가 있다. 특히 경제위기 등이 닥쳐왔을 때 이 구조는 굉장한 효율을 발휘한다. 방향설정은 물론이고 인식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단순하다면 컨센서스를 이루는 데도 유리하다. 쉽게 우리나라의 6~70년대를 생각하면 된다. 당시 오일쇼크가 난 상태에서 누구보다 빨리 세계경제 파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속도였다.
두 번째로 자본주의 역사가 아직 짧다는 점이다. 이는 생산성 향상 여지가 크다는 얘기도 된다. 예를 들어 컵에 물이 안 찬 상태에서 부으면 쉽게 넘치지 않는 법이다. 이미 물이 들어찬 상태에서 부우면 금방 넘칠 수밖에 없듯 중국 성장세도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세 번째로 로칼이 강하다. 즉 경제분권화가 잘 돼 있다. 다양성을 가진 중국경제는 위기가 왔을 때 와르르 무너지는 정도가 덜한 체제다. 경제시스템이 일원화 돼 있는 국가가 위기가 오면 속수무책인 것과 다르다.
--다른 경제지표는 회복세지만 중국에 있어 중요한 수출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언제쯤이나 회복이 가능할지.
▲한마디로 지금은 알 수 없고 3~4분기 실적을 봐야 알 수 있다. 중국 수출시장은 미국, 캐나다도 크지만 이중 EU 비중이 굉장히 크다. 미국의 경우 계속 마이너스 성장 추세이고 가계 부문은 빚더미다. 소득이 생겨도 은행 이자 갚느라 소비를 할 수가 없다. 위기가 굉장히 장기화될 것이라는 심리도 저축은 유도하되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이 미국보다 더 타격을 받고 늦게 회복하는 곳이 유럽이다. 지금의 동유럽의 위기는 서유럽에도 이어질 수 있다. 금융기관 부실이 심각하고 제조업들의 부실도 미국 못지않게 크다. 결과적으로 수출 5~60%는 깜깜한 밤이다.
지금 중국은 기업, 정부, 가계가 모두 빚더미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들을 얼마나 빨리 제거하느냐 여부가 회복의 관건이라 본다.
지금은 바닥을 쳤다 해도 오히려 바닥을 다지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한 예로 바닥을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콘크리트가 아닌 진창이면 어떻게 도약할 수 있겠는가. 내수도 마찬가지다. 젖은 장작을 천천히 태워야 하는데 불이 안 붙으니까 휘발유를 뿌리는 상황이다.
중국도 내수를 올리려고 공산품 소비 유도를 하고 있지만 저축은 해도 소비의 개념을 잘 모르는 체제에서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기본적으로 소득이 늘어나 저축을 하고 소비를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내수가 어느 정도 탄력성을 갖고 생산과 소비의 괴리를 메워나갈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도 대중국무역빈도가 높아 중국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지금의 중국 경제정책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당장은 일본, 미국부품 보다 한국제가 싸기에 가격경쟁력에서 유리하고 내수를 기반으로 해서 성장하겠다는 중국정책은 한국에 유리하다.
하지만 중국정책이 경쟁을 줄이고 내수를 키우겠다 하는데 한계는 있다. 기본적으로 국민소득이 올라가야 하는데 국가가 빚을 늘려 내수를 부양하는 것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 수출시장은 당장은 늘어나겠지만 장기적으론 위험할 수도 있다.
--한중FTA나 한중일FTA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한중일FTA나 한중FTA의 경우 체결되기 어렵다고 본다. 우선 일본부터 중소기업 등 어려운 게 많다. 중국과도 농업문제가 걸려 있고 일본과 중국도 정치라는 걸림돌이 있다.
3개국이 어느 정도 경제·사회적인 동질성을 갖춘다면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동질화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도는 매우 완만하다. 보완적 산업관계가 형성돼야 하는데 현 경쟁적 상황이면 어렵다. 더욱이 각자 국익에 대한 주판알들을 튕기고 있기에 쉽지 않다.
--위안화 기축통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중국인의 표현을 빌린다면 한 20년 걸릴 것이라는데 그것마저 잘 모르겠다.(웃음) 기축통화에는 몇 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로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중국의 중앙은행 인민은행이 현재 있는 틀을 벗어야 한다. 정부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인민은행이 무엇을 하는 지를 국제사회에서 잘 모른다. 투명성이 없다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치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공산체제 하에서는 한계가 있다.
한 예로 달러엔 ‘신 앞에서 신뢰를 보장한다’는 문구가 있다. 어느 나라나 자국 이익을 위한다지만 국제 통화가 되려면 세계적 수요가 있어야 하며 공급도 따라야 한다. 달러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위안화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돈이 전부 중국에 몰려와도 인플레가 나지 않을 만큼 중국경제도 튼튼하고 커야 한다.
두 번째는 금융시스템이다. 금융과 재정이 미분화 된 상태다. 머리가 하나다. 이를 빨리 기능적으로 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별적 금융규젠데 이런 것들, 은행에서 돈을 꿔준다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려 한다면 재정과 금융이 분화돼야 한다.
미국 같은 국가는 땅덩어리가 크지만 중국의 경우 방대하기도 하지만 다양하고 분권화 된 지역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하다. 이러한 네트워크 관리 상당히 선진화 된 금융시스템으로 갖추기 전에는 어렵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