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유럽연합(EU) 등이 국제 사회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국내 대학들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명품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이기수 고려대학교 총장은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각 대학들이 광의의 '비전'을 갖고 임해주기를 당부했다. |
이 총장이 꼽은 글로벌 인재상은 △문학·사학·철학·자연과학·사회과학에 대한 소양을 갖추고 △영어를 포함해 3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봉사와 희생 정신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 총장은 "교환학생을 많이 보내고 외국인 교수와 학생수를 늘린다고 국제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국제화를 이뤄야 할 이유를 대학 스스로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는 개교 125주년이 되는 오는 2020년에는 세계 100위권 대학으로 진입한다는 목표 아래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태스크포스(TF) 도입, 국제기구를 활용한 복수학위 채택, 글로벌 캠퍼스 구축, 지역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실시 등 구체적인 국제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또 인바운드(외국인 학생 유치)와 아웃바운드(국내 학생의 해외 진출) 전략을 유기적으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 총장은 "영국·캐나다·중국 등지에 기숙사를 짓는 등 국제 캠퍼스 망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지난 2004년에는 전 세계 연구중심 대학들의 모임인 '유니버시타스(Universitas) 21'에 가입해 공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국내 대학들이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경제위기로 등록금이 동결되고 기업 및 개인 기부도 크게 줄면서 대학 재정이 악화됐다"며 "기술지주회사 및 학교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대학의 연구 성과를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대학 내부의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 중 대학교육 지원에 소요되는 재원의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대학 지원에 인색하고 사회적으로 기부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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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 총장은 '사립대학 육성 특별법' 제정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사립대 교직원들의 임금을 절반 가량 보조해준다면 대학 등록금도 반값으로 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사립대 경상비 총액의 절반 이상 국가가 보장 △국유재산의 양도 또는 대부 허용 △국가조성부지의 원가지원 또는 국유지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안에서 요청하는 재정규모는 4조5000억원(사립대 경상비의 50% 수준)으로 이 안이 통과할 경우 최대 150만원의 등록금 감액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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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교육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장은 "3불 정책 등 대학에 지나친 규제를 가하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최근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입학 전형이 완전 자율화하더라도 고려대가 본고사를 부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입학사정관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인정을 받는 합리적인 입학 제도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북핵 문제와 정부 인적 쇄신 등 최근 불거진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북한의 핵 도발은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한 것"이라며 "정부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고 국제 사회가 해상 봉쇄에 나서는 것은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또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선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합당한 인사"라며 "일각에서는 코드인사라고 비판하지만 현 정권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실행해 옮기기 위해서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고려대가 오랜 기간 동안 최고의 사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민족혼을 담은 대학이기 때문"이라며 "역사의 고비마다 앞장서서 새 시대를 열어왔던 고려대의 개척자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려대학교는 아웃바운드는 물론 적극적인 인바운드 전략으로 지한파 외국인 학생들을 길러내고 있다. |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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