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금지) 변화하는 세계질서 '대학도 변해야 한다'

2009-06-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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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외 경제 상황이 1920년대 경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험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기근에 시달리고 있고, 가계는 실질소득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이번 경제 위기는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졌던 대학에도 재정적 어려움을 선사했다. 국내 대학들의 주수입원인 등록금이 동결되고 사회 기부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정부지원도 예년 수준으로 동결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취업난의 주 원인 중 하나로 대학들의 수준 낮은 교육이 꼽히며 사회적 질타도 받고 있다.

이처럼 대학이 재정난과 사회적 비판에 시달리는 것은 국내 대학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야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반증한다. 또 금융위기로 이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대학도 변해야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기수 고려대학교 총장은 국내 대학들이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새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제화 대학으로 변모해야 하며 이에 대한 광의의 '비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글로벌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그동안 전세계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뢰를 상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역학관계 역시 미국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하고 개별 국가들의 다자주의, 보호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도·러시아 등 브릭스(Brics) 와 팍스 아메리카나에 눌렸던 서유럽,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중동, 1990년대부터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뤄온 동남아시아 등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더욱 커질 것이란 얘기다.

이 총장은 다극화, 폐쇄화 한 세계 질서에서는 국가 간 협력의 효율적 도출 방안이 중요한 아젠다라고 보고 있다. 결국 대학들도 이런 변화에 맞춰 국제적 마인드와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동안 국내 대학들이 △해외 대학들과의 교류확대 △영어강의 비율증대 △한류 열풍에 따른 한국어 수요 증가 등으로 인바운드(Inbound) 국제화에서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 수준의 국제화는 '대학의 국제화'란 피상적 명제를 실천하는 것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는 국제화의 이유와 목표를 분명히 할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학도 하나의 '법인'으로써 수익 창출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알 수 있듯 대학들이 기업 후원 및 장학사업에만 의존했다가는 외부 충격에 쉽게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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