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강경한 발언을 내놓음에 따라 개성공단의 운명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북한이 ‘개성회동’에서 일정 수위의 반발을 표할 가능성이 있어 남북관계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19일 열릴 개성회동에서 입주기업들의 입장을 반영해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북측이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기타 산적해있는 문제들과 같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18일 통일부 일일브리핑에서 “북측이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근로자 숙소(1만5000명 수용규모), 출퇴근 도로 및 탁아소 건설 등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근로자 임금을 300달러로 인상하고 완납된 토지 임대료를 5억 달러로 올려 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제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16일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면 개성공단에 대한 문제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현재로선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내세워온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가져가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같은 정부의 입장변화에는 이해 당사자인 기업들의 강경한 태도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량 감소 등의 피해를 보고 있는 입주기업들이 근로자 임금 인상 및 토지임대료 인상 등 기존 계약 및 합의의 변경을 요하는 북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이번 ‘개성접촉’에서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루며 대화를 풀어간다는 입장이다. 이 부대변인은 “앞선 두 차례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억류 80일을 넘긴 유씨의 조속한 석방을 핵심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마지막 끈으로 유지하며 대화를 이어나갈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지금으로선 개성회담에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한다”며 “그러나 북한의 전반적인 흐름은 ‘대남강경’이었기 때문에 강경발언을 했다고 해서 특별히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는 당장 우리 스스로 개선하기 힘들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 해결을 위해선 무작정 손 놓고 있기보다는 개성공단 접촉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거듭해 나가면서도 5자회담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실장은 “북한이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을 제안하면서 계속해서 접촉을 가지며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며 “결국 국제공조를 통해 외교적인 노력을 꾀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