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투자자금이 추종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에 들어갈 기회를 한국이 또 놓쳤다.
당장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겠지만 금융당국 입장에서 심리적 부담까지 덜긴 어려워 보인다.
MSCI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여전히 선진국 수준을 밑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사인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가 한국을 이미 선진시장으로 승격시킨 만큼 향후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16일 MSCI 지수를 관리하는 MSCI바라(Barra)는 국내 증시를 선진지수 신규 편입에서 제외한 뒤 "한국 증시는 규모나 유동성 면에서 선진국 기준을 충족하지만 시장 접근성은 그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MSCI바라는 역외 외환시장 부족과 역내 외환시장에 대한 제약, 엄격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문제 삼았다.
자유로운 원화 거래가 어렵고 외국인이란 점을 늘 노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제도를 고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원화 거래에 대해선 역내ㆍ외 시장과 현물ㆍ선물ㆍ선물환(NDF)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는 논리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역시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손을 안 댔다.
MSCI바라는 비공식적으로 종합주가지수(코스피) 사용에 대한 예외도 요구하고 있다.
작년 MSCI는 거래소와 가진 면담에서 "다른 기관이 거래소 시장정보를 바탕으로 상품을 개발할 때 사전승인이 필요하다는 규정을 우리에게만 없애달라"고 전했다.
거래소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MSCI가 아시아 주요 지수 파생상품을 만든 뒤 각국에 상장시켜 장사를 해 왔기 때문이다.
MSCI바라는 이를 반경쟁적 요소라며 선진시장 기준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래소는 이 역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을 기대해 왔다"면서도 "이미 FTSE 선진지수에 편입돼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만큼 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SCI가 지적한 문제에 대해 입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편입 결정이 1년 뒤에 또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관계 당국과 천천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MSCI와 경쟁 관계인 FTSE가 앞서 작년 9월 한국을 선진 지수에 편입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계산이다.
이정환 거래소 이사장은 "FTSE를 추종하는 해외펀드가 한국을 선진지수에 편입한 뒤 높은 수익을 내면 MSCI도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MSCI가 요구하는대로 따를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빈기범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MSCI가 원화 국제화와 역외 원화시장 문제로 선진지수 편입에서 한국을 제외했는 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원화 거래가 충분히 활성화돼 있어 문제 삼을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MSCI도 이를 선결 조건으로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인 바 있다"고 전했다.
MSCI 선진지수 편입으로 얻을 실익이 적을 수도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MSCI 신흥시장지수 가운데 한국 비중은 많게는 15%에 달한다"며 "이에 비해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1.5% 안팎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비록 선진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펀드가 더 큰 규모를 갖고 있지만 수급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