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복, "푸마 잡고 '넘버3' 등극"…스포츠용품시장 전운 '팽팽'

2009-06-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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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이미지 쇄신"…"5년내 업계 3위 진입"

글로벌 스포츠용품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절치부심하고 있는 쪽은 업계 4위인 리복. 리복은 향후 5년 내에 푸마를 밀어내고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이어 업계 3위 자리를 꿰찬다는 계획이다.

리복이 절치부심하는 이유는 구겨진 이미지 때문이다. 한 때 고급 브랜드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최근 몇 년 새 리복은 '정크' 브랜드로 전락했다. 브랜드와 품질보다는 판매에 열을 올린 결과다.

그랬던 리복이 울리 벡커(Uli Becker)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손상된 이미지 회복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리복은 지난 2006년 초 30억 유로에 아디다스로 넘어갔다. 아디다스는 리복이 업계 수위를 다투는 나이키의 대항마로 활약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슈퍼마켓에 싸구려 맥주와 함께 진열된 운동화로 상징되는 리복의 추락한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아디다스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활약하다 리복 인수와 함께 CEO로 자리를 옮긴 벡커는 "당시 아디다스는 리복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시간을 과소평가했다"며 "리복은 글로벌 브랜드와는 수광년이나 뒤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벡커는 리복이 미국과 영국시장에 주력하며 브랜드나 품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판매에만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제품 가격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도 추락, 사람들은 리복을 브랜드 없는 상품들과 동일시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보다 못한 아디다스는 지난해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리복의 과거를 되짚기 시작했다. 아울러 리복이 과거 명성을 되찾기를 기대하며 제품관리와 디자인 개발 마케팅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를 뒤흔든 금융위기로 리복의 구조조정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리복은 지난 1분기 9600만 유로(1억3500만 달러)의 운영손실을 기록했다.

크리스토프 돌레샬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리복의 구조조정을 "네버엔딩 '구조조정' 스토리"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이제 아디다스의 인내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수근거렸다.

그만큼 무거운 짐을 짊어진 벡커 CEO는 그러나 리복이 바닥을 딛고 튀어오를 것이라는 확신에 차있다. 경기침체로 업계 전체가 어렵다지만 수년간 갖은 고생을 한 터라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리복이 아디다스의 핵심 성장엔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벡커는 브랜드 신발의 경쟁력이 다시 품질과 디자인에 몰릴 것으로 믿고 이 부문에서 승부를 걸어볼 셈이다.

그 다음은 소비자 프로파일을 강화하는 일. 이를 위해 리복은 캐나다 서커스기업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와 파트너십을 맺고 새 여성용 신발을 출시했다. 리복은 내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며 남성용 신발을 출시할 계획이다.

노력의 성과는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여성용 상품의 경우 지난 1분기 두자릿 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2006년 아디다스에 인수된 뒤 매년 20%씩 뒷걸음치던 해외 매출도 올핸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벡커는 점치고 있다.

그렇지만 벡커는 무리하게 서둘 생각이 없다. 특히 매출은 당분간 신경쓰지 않을 계획이다. 지금 팔리고 있는 상품이 워낙 저가인 탓이다. 지난해 리복이 판매한 신발 30%의 평균 가격은 29.9 달러에 불과했다. 지난 1분기 신발 매출의 10%도 이들 정크 상품이다. 벡커는 "연말까지 저가 상품 판매의 종지부를 찍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리복이 아디다스만큼 수익을 거두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마의 위상이 워낙 견고해 리복의 '넘버3' 쟁탈은 결코 쉽지 않아보인다. 푸마는 특히 이미 뛰어난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푸마는 지난 1993년 적자에 허덕이다 파산 위기에 몰렸던 때만 해도 리복에 비할 브랜드가 못 됐다. 하지만 푸마는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리복을 가뿐히 제쳤다. 30살에 CEO로 전격 발탁된 요헨 자이츠(Jochen Zeitz) 현 CEO 겸 회장의 공이다. 지식의 아웃소싱에 눈을 뜬 그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를 통해 스포츠 용품의 패션화에 성공했고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푸마 지분 68%를 보유한 프랑스 명품 그룹 PPR이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푸마의 매출이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도 자이츠 회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구조조정을 통해 1억5000만 유로의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경영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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