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조각 - 초현실로 태어난 감각의 사유

2009-06-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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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남, 향수1, homesick, 유채 네온 나무 2008
갤러리 인

일상의 매순간은 저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무심히 날아가는 한 마리의 노랑나비가, 칙칙한 비가 내리는 어둑한 거리가 주는 느낌은 개인의 정서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런 찰나의 한 시점은 어떤 이에게는 잊혀 지지 않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기억하고 표현해내고 싶은 삶의 한 조각인 것이다.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기억 속의 세계는 어떻게 표현될까. 안형남과 박일용 작가는 각각 조각과 사진이라는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이들이 표현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환상 속의 한 부분이다.

24일까지 갤러리 인에서 열리는 안형남의 개인전에는 키네틱 조각(움직이는 조각)이 주를 이룬다. 작품은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네온과 철판, 아크릴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됐다.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어느 한 시점은 ‘향수와 그리움’이다. 안형남은 73년 미국으로 향한 이후 줄곧 시카고와 시애틀에서 생활했다. 이국에서의 오랜 생활은 사람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로 나타난다.  

‘향수’라는 동일한 제목의 여러 작품들은 나비인 듯 구름인 듯 추상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 작품 표면에는 노란과 파란 색상의 간결한 페인팅이 입혀졌다. 그 사이로는 간간히 푸른빛과 분홍빛의 네온이 드리웠다.

새로운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표현기법의 자유로움은 작가가 의도한 바를 짐작하게 한다. 황인성 큐레이터는 “작가는 네온을 통해 빛을 표현하는 실험적 시도로 자유로움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은은한 네온은 보는 이의 내면에 존재하는 감성적 자유로움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설정인 것이다.

23일까지 갤러리 통큰에서 진행되는 박일용 작가의 ‘초현실로 태어난 도시의 환영’ 전에는 디지털 사진기법이 주로 사용됐다. 상을 겹치게 표현하고 모자이크양식을 접목함으로써 환상적인 느낌을 냈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는 유럽의 도시 속을 스치는 듯한 일상의 거리다. 비가 오는 혹은 어느 저녁나절의 풍경에는 삶의 환희와 슬픔 고요함이 녹아있다.  

‘파트라슈와 걷다’는 작품은 유럽의 거리를 배경으로 한 풍경과 함께 걷는 사람과 개의 이미지가 겹쳐 언뜻 회화적인 느낌을 준다. 사진과 회화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시도는 실제로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것에 대한 에너지를 표출한다.

‘헤베카’의 여인은 우산을 든 채 비가 오는듯한 어두운 밤거리를 거닌다. 밤의 이미지는 푸른빛으로 여인의 이미지는 노란빛으로 강한 대비를 이룬다. 그 사이에는 엷은 보랏빛이 덧입혀져 있다. 보랏빛의 신비로운 기운은 그의 작업에서 색채가 인간의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선택됐음을 짐작케 한다.

유효정 큐레이터는 “초현실적인 색이 가져오는 아름다움은 시각적인 예술을 넘어선다”고 설명한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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