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10대 그룹의 명암은 뚜렷하게 갈렸다.
수출주(株) 중심의 그룹들은 환율 상승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시가총액이 급증했지만 내수소비재·운수 중심 그룹들은 '역효과'를 봤다.
◇ IT.車 주력그룹 고환율 수혜
15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 12일 기준 144조9천782억원을 기록, 금융위기 직전인 작년 8월말 129조2천31억원보다 12.21% 증가했다.
LG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도 시가총액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 각각 18.81%, 9.68% 늘었다.
삼성그룹은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실적 개선 기대에 힘입어 이 기간 13.18% 상승하며 그룹의 시총 증가를 뒷받침했다. LG그룹은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와의 경쟁에서 선전한 LG전자(20.69%)가 효자노릇을 했다.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현대차(1.02%)와 현대모비스(14.43%)라는 `쌍두마차'가 시총을 끌어올렸다.
IT와 자동차 업종의 주가가 크게 오른 데에는 환율 상승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은데다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정업 대신증권 기업분석부장은 "이들 그룹은 환율 상승에 따른 채산성개선 효과를 누렸다"며 "휴대전화 부문에서는 첨단기종에서 판매실적이 뛰어났고, 자동차 부문은 글로벌 시장의 규모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오르는 등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4.14%)을 비롯해 GS그룹(0.80%)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시총을 회복했다.
◇ 조선.철강.운수업 주력그룹 글로벌 수요감소 '직격탄'
반면 조선과 철강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중공업그룹(-13.31%)과 포스코그룹(-7.86%)의 시총 회복이 더딘 데는 주력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의 부진 탓이 컸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은 세계적인 해운경기 악화로 신규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가총액이 13.15% 줄어든 상태다. 포스코(-8.27%) 역시 철강 수요처인 자동차와 조선산업의 업황 부진과 제품가격 인하 영향으로 시총에 타격을 입혔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어 업황 회복만 가시화된다면 시총 회복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12.73%)을 계열사로 둔 금호아시아나그룹(-12.08%)과 대한항공(-6.19%), 한진해운(-29.36%) 등 운수업에 주력하는 한진그룹(-17.13%)은 `시총 성적표'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극심한 내수 부진이 이어진 상황에서 소비재 위주인 롯데그룹(-3.76%)도 약세를 보였다.
이광훈 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서장은 "한진그룹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운수.창고 업종이 주력"이라며 "유가가 오르고 있고 글로벌 물동량 감소로 해상운송 운임이 크게 하락한 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 "글로벌 경쟁력도 변수"
이같은 주가의 명암에는 환율과 경기침체, 유가 급등 등 외적인 요인 이외에 그룹 자체적인 경쟁력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불황의 골이 깊을수록 우량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차이가 확연해진다는 것이다.
김세준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불황에도 10대그룹 중 상당수가 벌써 위기 이전의 시가총액을 회복했다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선(先)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에는 대부분 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섰지만 최근에는 국내 주력 그룹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며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줬다는 분석이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LG와 삼성의 시총 증가에는 IT 비중이 컸고 여기에는 휴대전화 부문이 전세계 점유율을 높이면서 경쟁 우위를 보인 점도 작용했다"며 "특히 삼성그룹에는 국내 브랜드 1위로 기관과 외국인의 선호를 받는 종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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