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빚이 많은 33개 대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 대상으로 결정됐다.
채권은행들이 최근 9개 대기업그룹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은 데 이어 개별 대기업의 옥석 가리기를 끝냄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단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433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마치고 22곳을 워크아웃(C등급.부실징후기업), 11곳을 퇴출(D등급.부실기업)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들 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영업활동과 관련한 현금흐름 마이너스 등 재무상태와 영업실적이 좋지 않고 경영 전망도 불투명한 곳이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 주채권은행별로 2~6개 대기업에 C와 D등급을 매겼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결정된 대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나 신규 여신, 이자 감면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대신 보유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통해 회생을 추진하게 된다.
퇴출 대상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영업을 계속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 업체들에 대한 금융권의 신용공여 규모는 총 3조4천억 원이다. 이들 업체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추진할 때 금융회사들이 손실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9천800억 원(은행 8천300억원, 저축은행 500억원, 여신전문사 200억원 등)으로 추정됐다.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대기업에는 45개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의 계열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들이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 과정에서 부실 징후 기업이나 부실기업을 제대로 골라냈는지 다음 달에 점검할 예정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이나 손실 부담 때문에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 않은 은행은 문책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대기업 옥석 가리기가 끝남에 따라 신용공여액 5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대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 추진과 영업 활동 등을 고려해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대기업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 금융회사들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9천800억원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경우 평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 3월 말과 비교해 약 0.0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채권금융기관들은 또 금융권 여신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도 이르면 이달 말까지 이자보상배율, 영업활동현금흐름 등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구조조정 대상을 선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