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 1호 PC업체인 '삼보컴퓨터'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대표주자 '한글과컴퓨터' 인수를 추진하면서 이들의 만남이 제2의 벤처신화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보컴퓨터는 한글과컴퓨터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하드웨어 사업과 소프트웨어 사업의 결합 효과를 통해 PC업계 판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PC시장이 지난해 경제불황을 맞아 전년보다 11만4천대가 줄어든 440만2천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견고한 성장세를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2월에는 440억 원 매출액을 달성하며 2006년 3월 이후 3년 만의 최대 월간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한글과 컴퓨터도 올 1분기에 매출 110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7%, 22% 성장했다.
특히 공개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 아시아눅스와 웹오피스인 씽크프리를 보유하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에 맞설 토종 SW를 갖춘 점은 큰 매력이다.
오픈소스SW 사업의 경우 올 1분기 374% 성장한 10억원을 기록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삼보컴퓨터는 한글과컴퓨터가 정부의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인프라 구축 등 공공사업에 참여하면서 학교·관공서에 대한 유통망을 구축해 온 만큼 이 분야에서 합병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공공PC 납품 판매량은 연간 50여만 대로 삼성 50%에 이어 LG 20%, 삼보 18%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만약 삼보컴퓨터가 이 분야 시장점유율을 30%로 높일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PC판매량 6만대를 늘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삼보 전체 PC판매량이 42만4천대, 업계 2위인 LG가 69만4천882대였던 것을 상당 부분 그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삼보 측은 기대하고 있다.
TG삼보컴퓨터 관계자는 "공공PC 분야 매출액은 회사 매출의 최대 30-40%를 차지하는 만큼 이 분야 시너지효과에 힘입어 전체 PC업계에서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두 업체의 합병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또 셋톱박스 업체인 셀런과의 사업연관성이 높지 않다는 측면에서 이번 인수과정이 또 다른 매각의 한 수순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S의 운영체제 점유율이 90%를 넘는 상황에서 SW업체와의 합병만으로 PC판매량을 높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 자본금 1천만원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PC업체 삼보컴퓨터는 2002년 이후 PC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2005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2007년 셋톱박스 업체 셀런에 1천220억원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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