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선물매도에 나선 외국인이 주식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박한 선물ㆍ옵션 만기일에 외국인이 대거 환매에 나설 경우 현물시장도 따라서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일시에 환매에 나설 만큼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5월 초부터 이날까지 2조7919억원 누적 순매도했다.
올해 전체 매도 규모인 3조9728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5월 한 달 새 몰린 것이다.
이는 11일 선물ㆍ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시장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대거 환매에 나서려면 코스피가 3% 이상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은 5월부터 코스피200 선물을 평균 177포인트에 매도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200은 평균 178포인트 정도에 머물고 있다. 외국인이 한꺼번에 환매에 나설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일정폭 이상 움직여야 외국인이 수익실현이나 손절매에 나설 수 있다"며 "지금은 그럴 만한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현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관 역시 환매조건부채권(RP) 물량을 대부분 소진해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2분기 기업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주상철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업실적 개선세가 2분기부터 빨라진 뒤 3분기 들어선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나아질 것"이라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도 한국에 대한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연구원은 "3월 초 420억 달러 수준에 머물던 한국관련 해외펀드 자금도 최근 610억 달러로 늘었다"며 "국가별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시장을 비관적으로 볼 변수가 적다는 이야기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 투자자라면 3월 이후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익과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일부 확정지을 수 있다"며 "하지만 선물ㆍ옵션 만기를 거치면서 이런 부담도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연초부터 국내 주식ㆍ채권을 19조원 가까이 사들인 것도 이런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외국인은 연초 1조원을 밑돌던 주식ㆍ채권 매수 규모를 3월 3조4038억원, 4월 5조1427억원, 5월 6조9204억원으로 꾸준히 늘렸다.
이선엽 굿모닝 신한증권 연구원은 "전달 말부터 시작된 증시 조정에도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이어 왔다"며 "이는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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