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교화형 12년···북미간 석방교섭 본격화할 듯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강행 이후 갈등국면으로 치달을 것처럼 보이던 북미관계가 급반전될 조짐이다. 북한이 8일 자국에 억류된 미국국적의 여기자 2명에 대해 12년 노동교화형을 내림에 따라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북한은 이날 중국계 로라 링과 한국계 유나 리 등 이들 여기자에 대해 이미 기소된 조선민족적대죄, 비법국경출입죄에 대한 유죄를 확정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언도했다.
이에 따라 두 여기자를 조기에 석방시키려는 미국 정부와 북한 당국 간 교섭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자들의 노동교화형으로 자국민 보호 의무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미국 내 여론이 빗발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앞서 클린턴 장관은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한을 북한에 보냈다. 클린턴 장관은 “여기자 두 명이 국경을 넘어 북한에 들어간 것을 대신 사과하며 석방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북미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서신발송은 북미관계에 있어 의미있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 고일동 KDI 선임연구위원은 “서신을 보내기에 앞서 일정부분 북한과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북한은 국경을 넘은 미국인들을 억류해 협상을 거치거나 벌금을 받은 뒤 석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이 앞서 잇달아 대북 강경조치를 밝혀 북미관계 정상화에는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문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누구나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이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특사를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여기자들의 재판결과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오는 11일 열릴 ‘개성회동’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 또한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남북관계가 극한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로서는 이번 개성 실무회담에 대해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차분하고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실무회담이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발전과 우리 근로자 억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남북경제협력 차원에서 추진된 개성공단의 경우 정상적인 거래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며 이에 대해 미국 측도 특별한 입장을 개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현재 안보리 결의안 문안에 개성공단에 미칠 영향이 있는 문구를 포함시키지 않도록 외교적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감안해 개성공단은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에서도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부담스러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일 건강 이상 이후 권력승계문제는 물론, 위기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 중국의 압박 등으로 경제난 악화 등 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안보리 결의안 등으로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들도 여러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북한은 무조건 도발하기보다는 자신이 내민 카드의 효과를 일단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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