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예산 줄이고, 전술보단 전략, 우뇌보단 좌뇌"

2009-06-0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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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 '격변기의 마케팅'

   
 
필립 코틀러
프랑스 미디어 조사업체 제니스옵티미디어는 최근 올해 전 세계 광고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6.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황으로 기업들이 광고비를 줄인 탓이다. 광고시장이 얼어붙자 글로벌 미디어업계도 죽을 맛이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의 3분기(2~4월) 영업이익은 일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굴지의 신문사들도 경영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찌보면 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광고예산을 줄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와 커피 체인 스타벅스만 봐도 그렇다. 이들은 커피시장 쟁탈을 위해 최근 광고전쟁에 돌입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경기침체로 소비행태가 바뀌고 있는 지금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기존 고객을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함도 베어 있다.

기업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광고비를 줄이자니 경쟁에서 밀릴 것 같고 예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리자니 한정된 예산으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불황기의 마케팅 전략이 절실한 때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이에 대한 실마리를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부터 구했다.

코틀러 교수는 세계적인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50인'에 꼽힌 인물로 '마케팅학의 아버지'로 명성이 높다.

코틀러는 우선 지금과 같은 격변기에는 광고 예산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마케팅 담당자가 비용에 걸맞은 성과를 내놓지 못 할 때에 한해서다. 그에 따르면 광고는 이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신뢰의 문제다. 따라서 광고는 수많은 목소리를 통해 브랜드가 고객의 기억 속에 간직되도록 해야 한다. 또 광고의 메시지가 고객으로 하여금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하도록 해야 차별성을 원하는 고객이 해당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기억되고 구매 동기를 유발하는 광고는 10~20개 가운데 1개에 불과하다. 때문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광고비를 줄이는 게 상책이다. 그럼 뭘 해야 할까. 코틀러는 미국 유머작가 윌 로저스의 말을 인용했다. 로저스는 몇 해 전 "광고주들이 광고에 들이는 돈을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쓴다면 광고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틀러는 그러나 마케팅 예산을 줄이더라도 기업들이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타깃 고객층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제를 경쟁사들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브랜드의 유망성을 고객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 구성원과 납품업자, 유통업자 등 기업 내외부 인사들을 동원하는 좋다. 그러려면 협력회사와의 관계는 물론 사내 조직 문화도 잘 추스려야 한다. 코틀러가 끝으로 강조한 것은 역시 제품의 품질이다. 그는 제품과 서비스, 유통망을 끊임없이 혁신하라고 주문했다.

코틀러는 최근 기업 마케팅 부서에 일고 있는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부상이다. 과거 전술 부서에 불과했던 마케팅 부서가 CMO가 이끄는 전략 부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부서는 과거 시장 조사와 광고 문구 및 브로슈어 제작, 상품 출시 등으로 업무가 제한됐다.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전략 수립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았다.

하지만 마케팅 부서는 이제 기업의 성장 전략 입안 과정에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업들이 잇따라 CMO를 영입하고 있는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CMO는 임원회의에 참석해 기업의 미래 전략 수립에 일조한다. 이 과정에서 CMO는 고객의 목소리를 기업에 전달하고 경영진이 기업 중심의 마케팅보다는 고객 중심의 '컨슈머링(consumering)'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마케팅 부서의 역할이 크게 바뀐 만큼 필요한 리더십도 바뀌고 있다. '좌뇌' 리더십이다. 대부분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감성과 창의력을 관장하는 우뇌가 발달했다. 상대적으로 좌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이들은 숫자와 논리에 약하다.

하지만 마케팅 부서가 전략 부서가 된 이상 우뇌의 기능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일이다. 전략을 담당하는 좌뇌 중심의 임원들과 협력해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려면 마케팅 부서에도 좌뇌나 좌우 양뇌가 발달한 이들이 충원돼야 한다는 게 코틀러의 지적이다. 그는 양뇌가 두루 발달한 마케팅 임원이야 말로 마케팅 부문에서 앞으로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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