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왕국 GM이 ‘뉴GM’으로 하향 평준화하면서 현대·기아차가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뉴GM’의 올해 예상 판매대수가 389만대 정도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로 보면 현대·기아차와 혼다에 뒤진 세계 7위 규모다.
GM의 재정 고문인 에버코어 파트너社는 5일 뉴GM의 올해 사업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 세계 판매대수가 389만대로 작년의 795만대에서 406만대 가량 줄어든다는 말이다. GM은 이날 이 같은 계획을 미연방파산재판소에 제출했다.
◇현대·기아차, 기회일까?
미국 소비자조사기관인 JD파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419만대를 판매했다. 이대로라면 불황 여파를 고려해 올해 400만대 가량만 판매해도 GM을 제치고 글로벌 판매량 ‘톱5’에 올라서게 된다. 르노-닛산을 제외하면 ‘톱4’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다. 유럽과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이 소형차와 하이브리드 등 에너지효율이 높은 차량을 내세워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대부분 현대·기아차와 주력 차종이 겹친다.
JD파워에 따르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미국시장에 신차만 60개 모델이 출시된다. 혼전양상이다. 이미 폭스바겐은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도요타는 미시시피 주에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 공장을 세웠다. GM의 허머에 이어 사브까지 노리는 중국도 부담이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도 내년 미국에 진출한다.
비즈니스 위크는 지난 1일 “현대차가 GM 파산으로 단기 수혜를 입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돼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피 말리는 영토전쟁에서 현대·기아차가 이기려면 노사 안정을 토대로 친환경차와 경쟁력 높은 중소형차 생산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인들의 수입차 불매운동에 대비한 현지화 전략도 세워야 한다.
한편 JD파워가 조사한 지난해 자동차 메이커별 판매실적은 도요타(885만대)·GM(795만대)·르노-닛산(681만대)·폴크스바겐(645만대)·포드(523만대)·현대기아차(419만대)·혼다(394만대) 순이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