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7800억원 규모로 자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으나 주식시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증권가와 채권단이 자구안에 대해 인색한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4일 유가증권ㆍ코스닥시장에서 같은 기업집단에 속한 두산(-4.58%) 두산인프라코어(-5.38%) 두산중공업(-2.84%) 두산건설(-4.17%) 오리콤(-0.14%)이 일제히 급락했다.
두산이 시장 기대를 밑도는 자구안을 내놓은 것이 이날 약세 배경으로 꼽혔다.
전날 두산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자회사인 SRS코리아와 삼화왕관, 두산DST, 한국우주항공산업을 모두 7800억원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는 6300억원 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그러나 증권가는 이런 자구안에 대해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유동성은 다소 나아지겠지만 부실 자회사인 밥캣에 대한 실적개선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지분법손실 증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자구안으로 밥캣 실적 악화에 따른 부담이 크게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구조조정으로 자산가치 감소가 불가피하고 밥캣에 대한 지분율 상승으로 지분법손실 증가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자구안으로 얻을 7800억원 가운데 6300억원이 밥캣에 투입될 예정이지만 효과가 의문스럽다"며 "만약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손실만 격증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짜 자회사를 팔아 마련한 돈을 실적개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밥캣에 쏟아붓는 게 모험이란 이야기다.
정동익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를 팔아 밥캣에 자금을 대는 것이 지금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며 "이를 통해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조조정을 위해 돈이 더 필요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전용범 동부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에 대한 차입금 잔여분은 8000억원 수준"이라며 "이번에 투입될 6300억원 이외에 17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 역시 자구안에 대해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구안만으로 모두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분기별로 재무 상황을 점검한 뒤 미흡할 경우 여신 회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두산은 2007년 밥캣을 인수하면서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으로부터 모두 29억 달러를 차입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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