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훈의 Book&Talk

2009-06-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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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과 세습
사라 알란 저/ 오만종 옮김/ 예문서원

심상훈의 Book&Talk
선양과 세습/ 사라 알란 저/ 오만종 옮김/ 예문서원

이 책의 저자는 사라 알란(Sarah Allan)이다. 사라 알란(64)은 미국 출생으로 현재 다트머스대학 교수로 있다. 그는 중국 문화사 연구자로 유명하다. 역자는 오만종 전남대 중문학과 교수(49)인데 과거 영국에서 서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를테면 스승과 제자 사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원서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번역에 신뢰가 생긴다. 해서 책은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권력이란 무엇이고 또 권위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권력이 ‘내가 남에게 행사하는 힘’이라면 권위는 ‘남들이 나의 힘에게 실어주는 존경심’이 아닐는지…. 일주일 동안이나 나는 국가의 권력과 권위에 대해 숙고하며 끙끙댔다. 왜? 그랬을까.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心不在焉 視而不見)라고 그랬던가. 마음이 있어서일까. 보아도 보이지 않는 책이 어느 날에는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이 딱 그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책은 과거 중국 역사 속 왕위 계승을 분석하며 종횡무진 추적한다. 추적자는 사라 알란이다. 사라 알란은 1974년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동양 언어학과에 제출된 박사학위 논문이 시작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고는 저자는 1981년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이 책을 내놓았다.

총 7장으로 묶어진 책이다. 제1장은 세습통치와 도덕통치의 모순을 해부한다. 첫 문장의 시작은 이러하다. “중국 역사는 전통적으로 왕조의 계승으로 이루어졌다. 각 왕조는 순환의 길을 걸어왔다. 첫 번째 왕이 자신의 덕으로 통치권을 세우면, 그 권력은 왕의 후손들이 도덕적인 한-최소한 명백히 비도덕이지 않는 한-대대로 전해졌다.”(33쪽)

저자에 따르면 ‘역사는 그 구조대로 일어날 수도 있고, 기록자의 관점에 따라 해석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이론은 기원전 5세기에서 기원전 1세기 사이에 역사문제를 다룬 중국 작가들이 신화적인 과거와 나누어질 수 없는 지속적인 현재를 설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간을 진보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과거의 모든 시간이 순환법칙의 지배를 받는 것(68쪽)으로 보았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이론은 ‘전설세트’가 그 핵심이다. 첫 번째 전설세트는 요에서 순으로의 통치권 전환을 둘러싼 연대기 순으로 이야기가 시작이다.(제2장) 저자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전설세트는 ‘순에서 우 그리고 하 왕조의 건립’(제3장)이 주요 내용을 차지한다. 이런 식으로 전설세트는 제4장(상 왕조의 건립), 그리고 제5장(주 왕조의 건립)으로, 제6장은 철학자들(묵자, 공자, 맹자, 순자, 한비자)을 살핀다. 제7장은 종장으로 ‘역사를 이용해서 모순을 해결하다’라는 저자만의 연구 메시지를 전한다.

주요 시사점은 이것이다. 권력자를 두고 중국의 왕위에 빗대 ‘지위를 가질 자격은 충분한가?’에 대해 논한다. 그리고 ‘정당한 지위의 계승이었는가?’에 대해 묻는다. 책은 통치자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막론하고 ‘선양과 세습’의 모순이 존재한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주목할 것을 당부한다.
책은 새로운 권력자와 이전 권력자 모두 공히 대외적으로 ‘정당하다’는 명분을 얻지 못하면 자격에 심각한 문제와 타격이 있음을 강조하며 깨우칠 것을 전한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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