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밀한 협의로 일관된 의견내야"

2009-06-0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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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지경부 간 경기상황·수출입 실적 평가 엇갈려

생산과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경기 바닥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부처간 전반적인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들어 광공업 생산과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동시에 수출 감소율이 20%대로 유지되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러나 정부 일부에서는 경기 회복론이 경기 부양과 기업 구조조정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을 경계해 같은 사안을 놓고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2일 정부에 따르면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전날 "생산과 (소비)지출이 향상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봐 경제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속해오던 신중론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반면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은 최근 "경제가 좋지 않음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의 이 같은 주문은 일부 희망적 지표가 엿보이고 있는 최근의 경기추세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게 마련인 실물경기정책 당국자로서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현 경기 상황에 대한 부처간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경기회복 가속화에 주력하는 재정부와 실물경제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지경부간 정책 목표가 틀리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취임 이후 일자리 추경과 예산 조기집행 등을 통한 경기활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해 1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0.1% 성장 하는 등 경제회복을 향한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부 실물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고용과 내수의 위축, 수출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경기회복을 가시화하기 위한 정책노력을 지속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윤 장관은 조기 경기회복 전망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이 장관의 '비관론'은 경기 추세가 곧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간 추진해온 기업 구조조정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는 데 대한 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간 실물경기의 '자유낙하'가 다소 진정됐지만 북한 핵사태와 여전히 잠재한 세계 금융시장 불안, 유가 등 원자재가 재상승 조짐 등의 악재로 바닥을 다지던 실물경기가 자칫 방심하는 사이 금새 좌초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부처는 같은 수출 실적을 놓고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지경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28.3% 줄어든 282억2500만 달러, 수입은 40.4% 감소한 230억7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윤 장관은 "5월 수출은 다소 악화됐지만 6월에는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그는 "수출 감소폭(전년동기 대비)이 20%대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라며 "수치에 대해 매번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지경부는 5월 수출입 실적에 대해 예상보다 훨씬 나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 2,3월 실적을 발표할 때 무역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보인 것에 방점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당초 수출이 23∼2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안좋다"면서 "수출이 이처럼 나쁘게 나왔기 때문에 5월 산업활동동향 등 다른 경기지표도 상당히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관련 부처나 기관간의 긴밀한 협의와 조정을 통해 일관된 정부정책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책당국간 이견이 부각될수록 시장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위기 대응에 조그만 허점만 보여도 외국 투자자들이 과민반응하는 지금 같은 때는 더욱 세밀한 정책 조율이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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