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이어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각국은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실시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함께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며 국제법을 위반한 도발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노골적으로 반항하며 북한은 직접적이고 무모하게 국제 사회에 도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북한의 이같은 행위는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켜 국제 사회에서 북한은 더욱 고립되기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이어 "우리는 동맹국 및 6자회담 참가국,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과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유엔 및 6자회담 참가국 간의 긴밀하게 공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성명은 이례적으로 새벽(현지시간)에 발표돼 '핵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천명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을 매우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정부도 이날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해 "냉정하게 대처해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안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또 이번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의 이같은 입장은 이날 제9차 아시아·유럽(ASEM·아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동 이후 알려졌다.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북한의 핵무기 기술이 향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향후 6자회담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국간 협의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오바마 미 정부에 대해 6자회담이 아니라 '북미 양국간 협의에 따라 핵 문제를 해결하라는 강한 메시지'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의 폭발력이 20킬로톤(kt·1kt는 TNT 폭약 1천t의 폭발력)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이타르타스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국방부 소식통은 "우리의 감시 시설이 북한 영토 내에서의 지하 핵 폭발을 확인했다"며 "이번 핵 실험은 20킬로톤에 이르는 폭발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당시 북한은 당초 4킬로톤의 폭발력을 기대했으나 최대 0.5킬로톤에 그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독일 언론은 이번 실험이 국제사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뉴스전문 n-tv는 중국 상하이 국제관계연구소 유잉리 연구원의 말을 인용, 이번 실험은 정치적 의미가 강하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또 한국, 미국, 중국 등이 지난달 로켓발사 때처럼 '온건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유엔 안보리도 성명을 낼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제재는 사실상 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도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함께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를 방문 중인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장관은 이날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이를 강하게 비난한다"라고 밝혔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쿠슈네르 장관은 이어 "우리는 기술적, 전략적 관점에서 북한 핵실험에 관해 더 많은 사실을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전 중국에 관련 내용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러시아에 통보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