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자살…한국사회 분열·정치 갈등 부를 것"

2009-05-2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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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언론…정치적 파장 우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세계 주요 언론들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이 한국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복수론에 불을 붙였다"며 그의 자살은 한국의 정치적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즉시 유감을 표명하고 조문 의사를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됐던 촛불시위의 재연 조짐이 나타나는 등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정치 논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가 덕수궁 앞에 차려진 임시 분향소 주변에 경찰력을 긴급 투입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라는 풀이다.

신문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기소 여부와 관계 없이 검찰 수사로 깨끗한 정치인(미스터 클린·Mr Clean)으로서 닦아온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날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종료를 선언했지만 봉하마을에 모인 그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이번 수사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함성득 고려대 교수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자살과 관련한 검찰 책임론을 수습하지 못하면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으로 비쳐져 임기 내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민첩하고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날 봉하마을에 모인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 대통령의 조화를 짓밟고 한승수 국무총리의 조문을 막은 사실을 예로 들며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한국 사회가 기로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신문은 노 전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수사 중에 생을 마감했다며 그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서 뇌물의 사슬을 끊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의 혐의는 역대 대통령들의 금전 스캔들에 비하면 사소한 것인 데도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너무 공격적으로 몰아부쳤다는 것이다. 신문은 특히 검찰이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렸으며 노 전 대통령이 미망인인 권양숙 여사의 검찰 소환 예정일 전날 자살했다는 데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한국인들이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괴로워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사망에 대한 충격과 슬픔이 지지자들의 분노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봉하마을의 분위기를 전하며 이번 사태의 즉각적인 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진보 야당과 정치가들, 지지자들의 검찰 수사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 이로 인한 격변이 이 대통령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현 정권이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분노를 수습하지 못하면 광범위한 시위와 소요가 이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 위기의 끝자락에 있는 한국 사회가 또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FT는 이날 '노무현의 참담한 비극'이라는 사설에서 이번 사태를 아시아의 비극이라고 규정했다. 아시아지역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성숙하지 못해 한국의 역대 정권은 물론 천수이벤 전 대만 총통, 탁신 전 태국 총리 등 아시아지역 정치 지도자들이 반복해서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설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한국 사회를 거의 화해 불가능한 수준으로 분열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는 정치적 보복 논란이 없도록 사법 질서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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