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 대해 검찰의 수사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주된 원인이 된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겪은 이미지 실추와 낙담, 억울함이 복합적으로 겹쳐 투신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도덕성을 최대 무기로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정작 본인이 수뢰 혐의자로 몰리면서 마지막 정치적 버팀목까지 사라진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다는 것.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 "검찰이 수시로 수사상황을 언론 등에 흘리면서 노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며 "명백한 정치적 타살"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고통스런 심경을 표명해왔다.
또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된다"며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이와 함게 '박연차 리스트'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권 여사, 아들 건호, 딸 정연씨로까지 확산되면서 '부패가족'이라는 이미지로 비친 도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을 불리온 원인으로 분석되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무척 지쳤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검찰과 언론이 아예 봉하마을 얘기는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로 몰아가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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