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시간벌기 행보'에 수사 난항

2009-05-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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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살아있는 권력'으로 통하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처벌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천 회장의 `건강'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서를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가 하면 건강을 이유로 검찰에 늦게 출석하는 등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은 것.
22일 검찰에 따르면 천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에 검찰에 출석할 계획이었으나 고혈압을 이유로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서 오후 3시30분이 돼서야 검찰에 나타났다.

천 회장은 이날 병원에 입원한 뒤 MRI(자기공명영상법)를 촬영하고 혈압검사를 받았으며 링거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이 의료진을 통해 천 회장의 건강상태를 알아본 결과 `이상무(無)'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 회장의 시간벌기 행보를 의심하게 하는 행보는 검찰에 출석하기 시작한 날부터 계속됐다.

검찰은 지난 19일 오전 10시 천 회장을 처음 소환했을 때만 해도 속전속결 의지를 내보였다. 늦어도 20일까지 조사를 끝내고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번 주 안에 신병처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희망은 첫날부터 깨졌다. 천 회장은 하루를 넘긴 오전 1시에 조사를 마친 뒤 무려 3시간30분 동안 조서 내용을 읽어보며 수정을 요구해 지난 20일 오전 4시30분 돼서야 청사를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밤샘 조사를 한 것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천 회장의 나이가 많아 눈이 잘 보이지 않은 데다 고혈압 증상까지 있어 조서를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본래 20일 재소환할 계획이었던 검찰은 수사 일정을 수정해 소환 날짜를 하루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당시 조사량이 3분의 1밖에 남아있지 않은 만큼 21일에는 조사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계획도 건강 변수로 차질을 빚게됐다.

그는 오전 10시에 검찰에 출석한 뒤 약 13시간 동안 조사받았지만 실제 조사 시간은 3∼4시간 남짓이었고 나머지 시간은 또다시 조서를 검토하는 데 `허비'했다.

게다가 오후 10시30분이 넘어가자 "건강이 좋지 않다"며 먼저 조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해 검찰을 당황스럽게 했다.

22일에는 더욱 가관이었다. `건강'을 이유로 오후 3시30분 돼서야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조사 시간보다 조서를 읽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피의자의 권리긴 하지만 (우리가) 애를 먹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빠른 시일 안에 조사를 마치겠다"며 "기록 검토를 이미 다 끝낸 만큼 신병처리를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르면 오늘 중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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