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계를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이 연명치료 중단(존엄사)을 인정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어 의료계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최근 개최된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위원장 오병희 부원장)에서 연명치료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치료 등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말기 암환자 본인의 선택을 명시토록 한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가 공식 통과됐다.
이 사전의료지시서(advance directives)는 또 환자가 특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따라 지난 15일 병원 혈액종양내과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 사전의료지시서 작성을 추천키로 결정했다.
이에앞서 지난 14일 병원 내과(과장 박영배 교수)에서도 내과 교수들과 이경권 변호사, 김옥주(의료윤리), 함봉진(신경정신과)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윤리집담회를 처음으로 열어 연명치료중단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됐던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이에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서울대병원 측은 “그동안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현장에서의 판단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연명치료중단에 대해 의료계를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이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지난 2007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암으로 사망한 656명의 환자 중 436명(85%)은 심폐소생술을 가족들이 거부해 연명치료를 중단했고, 123명(15%)은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관련,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환자의 권리문제에 대해서 의료계가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제도 미비로 인한 불필요한 연명치료로 말기 암환자들이 고통받는 일이 감소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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