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관, 대통령 중임제 발언 '후폭풍'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경제부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 5년 중임을 거론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헌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혼란이 가중되면 자칫 조기 레임덕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정치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윤 장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헌법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부터 5년 중임으로 해야 한다”며 “중간 평가에서 한 번 더 해서 10년 정도는 해야 한다. 우리처럼 먹고살 게 없는 나라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 밝혔다.
이 같은 윤 장관의 발언은 금융 위기 여파로 개헌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경기가 바닥을 치고 안정 궤도로 올라설 경우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경제부 수장이 할 얘기가 아니라며 불쾌해하는 모습이다. 국회에서 개헌논의가 진행되는 게 맞지, 윤 장관이 잠잠하던 개헌문제에 본격 불을 지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고위관계자는 “현재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부처 장관은 본분인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지 개헌 등 중차대한 국가 사안에 개입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그 동안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한계 등으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현직 대통령과의 문제점 등으로 개헌 문제가 공론화하지는 못했다.
개헌론의 중심에 서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12일 유럽을 방문중에 “오는 제헌절을 전후로 개헌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4년 중임제 개헌과 대선·총선 동시 실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것과 맞물려 주목을 끌었다.
김 의장의 경우 최근 경제 위기 문제로 개헌론을 비중 있게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지만 임기 내 개헌 추진 필요성을 언급한 데다 2010년 지방선거 전에 국민투표 등을 거쳐 개헌작업을 완료한다는 로드맵까지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년 중임제를 주장하고 있는 박 전 대표 측은 개헌론을 통해 세를 불릴 수 있는 여지가 큰 만큼 개헌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개헌 시기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지만 박 전 대표 측이 개헌 추진에 나설 경우 정치적 파장이 불가피하다.
반면 청와대나 친이명박계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개헌 문제까지 불거질 경우 자칫 리더십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닌데 개헌 얘기를 꺼내는 것은 뭔가 다른 (정치적)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고 경계하고 있다.
한편,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권력구조와 관련해 대통령 4년중임제와 ‘권력분점형 정부형태’두 가지 안과 함께 7월부터 개헌을 공론화하고 9월에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등의 일정표를 김 의장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헌특위가 9월부터 본격가동에 들어가는 건 어려워 보인다. 다음달에 바로 10월 재보선이 있고, 12월까지 정기국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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