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건설이 개발에 성공한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시스템. 유리창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빛을 모은 뒤,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
건물외벽에서 흡수한 태양광 에너지가 전기로 전환된다. 이 전기로 가정 내 형광등을 켜고, 더불어 자연채광 효과도 볼 수 있다. 그 만큼 전기료가 줄어들고 환경에도 좋다.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 매연이나 미세먼지는 물론 탄소배출도 그만큼 줄어든다.
건물 외벽에서 전기가 생산되는 공상과학영화같은 얘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한화건설이 개발해 향후 시공하는 건물에 적용할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시스템'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화건설은 지난 2007년 단국대학교와 한화 L&C, (주)에리코솔라에너지 등과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태양전지 실용화 및 시공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고, 최근 결실을 맺은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 기술이다. 태양광 모듈을 이용해 빛을 모아 이를 전기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보통 옥상 위에 설치된 집광판을 떠올리게 된다. 그 집광판을 통해 모아진 빛을 전기로 변환해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한화건설이 개발에 성공한 BIPV 기술의 핵심은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벽의 마감 재료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본래의 기능에 건물의 외벽 재료라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건물 유리창에 투광형 모듈을 부착, 모듈에서 모아진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해 가정내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비정질의 반투명 모듈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균일한 자연채광 효과를 비롯해 냉방에너지 소비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비정질 모듈을 외벽에 부착할 경우에 결로 및 외관 디자인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형우 한화건설 기술개발연구소 상무는 "이미 단열재를 이용한 건축물 에너지 절감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신기술 개발에 착수했지만 그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타사에서도 비정질 모듈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허 상무는 "하지만 한화그룹 내 창틀을 생산하는 한화 L&C와 단국대학교 등과 함께 기술개발에 착수, 결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정질 셀(Cell:태양광을 모아주는 판)과 연결해 전기를 이동시킬 수 있는 전선을 외벽으로 부터 숨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검증절차는 마쳤으며 곧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건물 구성요소로는 커튼월, 천창, 지붕 타일, 투명 창호 등 그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어, 향후 건물의 전반적인 에너지 성능과 쾌적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화건설은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는 여의도 63빌딩과 한화 SH빌딩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신완철 상무는 "투광형 태양전지 기술이 건설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연구성과가 건축물에 적용될 수 있도록 회사차원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시스템이란 : 건물 외피에 전지판을 이용하는 건물외장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태양광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 외에 건물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여 건설비용을 줄이고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 요소로도 쓰인다.
◆ (미니인터뷰) 허형우 기술개발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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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위별 단열 기준 강화 등을 이용한 건축물 에너지 절감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을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차라리 건물자체에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BIVP 방식의 태양광 발전을 개발하게 됐다.
허형우 상무는 미래에는 태양광 발전이 일반화될 것이며, 한화건설도 이번에 개발한 BIPV 기술을 계속 향상시켜 나가면서 앞으로 시공하는 건축물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BIPV 기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상당수준의 결실을 내고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한화건설도 자연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러다 무한한 태양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태양광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태양광을 모으기 위해 옥상이나 일반 외벽 등에 설치되는 태양전지 모듈은 결정질(비투과)이기 때문에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표면적에 한계가 있다. 특히 창문에 설치되는 경우에는 투과성이 없고 유리면에 고른 분포를 나타내고 있지 않아 실내 빛환경과 외관상 문제가 있다. 그래서 비정질 투광형 BIPV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 투광형 BIPV 기술을 창호나 커튼월에 적용하게 되면 태양광 발전은 물론 조명 부하도 절약할 수 있다.
-그린테크 관련 사업 진출이 늦은 감이 있는데?
그런 측면도 사실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결실을 맺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알다시피 한화는 한화건설 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녹색성장 분야를 전략사업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오는 2017년까지 4조원 정도가 투자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태양광 분야에만 2조원이 투입될 것이다. 이러한 그룹 차원의 사업이 전략 가운데 우리 한화건설도 신재생에너지 접목 및 최적 설계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출발은 조금 늦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내놓을 기술 등 결과물에 대해 기대를 해도 좋을 것이다.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에너지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우선 태양광 발전용 전지판(태양전지 셀: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 제조부터 시작할 것이다. 이어 웨이퍼, 잉곳, 폴리실리콘 등 전지판 제조에 필요한 핵심 분야까지 넓혀갈 것이다. 이를 토대로 궁극적으로는 태양광 발전소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룰 것이다. 현재 태양전지를 연간 30MW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 중에 있으며, 향후 1GW까지 생산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보인 BIPV는 언제 상용화 되나?
우선 한화건설 차원의 자체 공사에 시범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실무진들과 협의 중에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곳으로는 여의도 63빌딩 외벽 리모델링 공사가 있으나, 초고층 건물이라 현재 기술적 검토가 진행중이다. 앞으로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일반 건축물은 물론 공동주택에도 최적 설계 기술을 도입해 적용할 예정이다.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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