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이 총 30조원이 넘는 규모라 한다. 물론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부분을 합하면 이 땅의 학부모들이 지출하는 전체 사교육비 지출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한국인의 교육열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만든 주요 요인이지만, 이대로 두면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재산과 소득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지위의 세습 및 고착화, 이에 따른 심리적 저항으로 학부모와 학생, 공교육 전체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교육 망국론은 급기야 젊은 부모의 출산기피 현상을 부채질하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자녀 하나 더 낳으라고 하면 ‘우리가 재벌입니까?’라며 절망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교육비가 무서워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여러 해결책이 제시되었고 다양한 실험을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심야 사교육 시장을 동결시키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전두환 시절, 대학생 과외를 불법화 했더니‘몰래바이트’만 기승을 부렸고, 심야 사교육 시장을 동결하면‘몰래수강’만 늘어날 것이다. 이는 어린 학생들에게 불법不法 불감증만 키워줄 뿐이고, 학원의 지하화만 가속시킬 뿐이다. 그렇다고 사교육 망국 현상을 이대로 버려 둘 수도 없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에 노출되는 첫 단계부터 살펴보자. 첫 단추만 제대로 꿰어도 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오전반, 오후 3시, 종일반으로 학부모의 편의에 의해서 선택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는 오후 7시에 아이를 찾아 올 수도 있다. 이때는 오히려 사교육 시장에서 자유롭다.
그러던 것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모든 상황이 바뀐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오전 10시나 12시를 전후하여 학교가 끝난다. 가족이 모이는 저녁 시간까지 무려 6~7시간의 공백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맞벌이 엄마는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거나, 학원에 보내는 것. 이 두 가지 방법 외에는 선택할 길이 없다. 학부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의 손을 잡고 학원가를 헤맨다. 이는 강제로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에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맞벌이 부부가 아니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뒤질세라 학원가를 헤매는 부모가 어디 한, 둘인가. 이렇게 해서 한번 맺은 학부모와 학원과의 상호의존적인 악연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오후 2시 반이면 학교가 끝난다. 오후 6시까지 최소 3시간 이상의 공백이 생긴다. 맞벌이 부부는 학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전업 주부도 아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학원에 보낸다. 이 악연은 12년간 계속된다.
이에 반해 프랑스 초등학교는 오후 4시 30분이 되어야 끝난다. 프랑스 초등학교 교사가 한국 교사에 비해서 열정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점심시간이 두 시간이나 된다는 것.
점심시간을 3~40분, 쉬는 시간을 5~10분씩만 늘려도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오후 3시, 고학년의 경우 오후 4시까지 공교육이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밀어 넣는 현상을 3시간 정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초등학생의 사교육비는 40% 이상 줄일 수 있고, 사교육 시장과의 악연도 끊을 수 있다. 여기에 ‘방과 후 수업’을 조금만 더 알차게 꾸리면 적어도 우리 아이들의 강제적인 사교육 진입은 막을 수 있다.
막대한 추가 예산도 필요 없다. 물론 선생님들의 반발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프랑스 교사가 하는 일을 우리나라 선생님 들이라고 못할 리 없다. 정부 및 교육 관계자들의 주목을 요청한다.
정광용 선진코리아국민연합 공동대표(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