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대상 넓혔지만 한시적·사업비 비슷
"저임금만 양성…일자리 나누기 우선돼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25만 명에게 일자리를 주는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내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그러나 1998년 IMF 당시의 공공근로사업과 유사한 점이 많아 실효성 없는 대책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문제는 경제위기의 결과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희망근로, ‘공공근로랑 뭐가 달라’
공공근로사업과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일단 경제위기 상황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 극복을 위한 한시적 일자리 사업이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공공근로사업이 실직자 중심으로 운영된 반면,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저소득층 실업자, 휴.폐업 자영업자, 여성 가장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보다 집중 적용된다.
그러나 1조416억원을 들여 35만명에게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한 공공근로사업에 비해 희망근로프로젝트는 1조7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저소득층 25만 명에게 6개월간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규모면에서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공공근로의 2배가 넘는 2조5605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었지만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할 때 당초보다 대폭 삭감돼 확정됐다.
정부는 공공근로가 단순 취로사업이었다면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편익이 항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사업 위주라고 말한다. 이들은 하천정비·준설 등 사전재해예방사업, 학교 담장 허물기, 마을안길 정비 등 주민생활환경정비 사업, 노후 공공시설물 개보수 사업 등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공공근로사업 당시 50~60만원 정도의 임금을 현금으로 받았던 것과 달리,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은 하루8시간, 주5일 근무하고 월 83만원(교통비 하루 3000원 별도)의 임금을 받는다.
또 인건비 비중(90%)이 높았던 공공근로와 달리 희망근로 프로젝트에서는 인건비를 75%로 낮추고 시멘트 등 부대비 비중을 높여 시설공사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모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총사업비의 75%를 무조건 인건비로 사용하도록 해 장비가 필요없는 사업을 찾다보면 기존 공공근로처럼 단순 노무직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품권 포함한 급여방식…논란 여전
급여지급방식에 있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임금의 30~50% 정도로 지급될 상품권은 1000원, 5000원, 1만원권 등 3종으로 주소지 시.군.구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특히 상품권의 유통기한을 발행일로부터 3개월로 제한해 단기간에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에서만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한석규 지역발전국장은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원하고 영세상인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상품권 지급이 실질적인 저소득층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이문호 한국노동혁신연구소장은 “유럽은 전국민을 상대로 상품권을 주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현금을 줘도 저축할 여력이 없는 계층이다보니 모순되는 부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질적 일자리 위한 중장기 대책 주문
전문가들은 특히 장기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고 저임금 자리만 있는 것도 악순환이 발생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금 당장 위기극복을 위해 단기적인 대책에 급급하고 있지만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적 일자리 창출은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4시간으로 단축하는 등의 ‘일자리 나누기’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소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중장기적 산업구조로 업그레이드 해야한다”며 “중장기적 산업구조로 변화하기 위해선 인적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하며 그에 맞게 역량있는 사람들을 흡수할 수 있는 R&D와 같은 산업에 지원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인재에 투자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