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처럼 수주를 위한 수주를 해서는 안된다. 규모가 크더라도 돈이 안되면 의미가 없다. 규모가 작더라도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수주해야만 한다."
최근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 해외 사업장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의 얘기다.
김 사장의 이번 해외현장 방문은 현대건설 사장 취임 후 처음이다. 해외 공사현장 근무기간이 10년이 넘는 김 사장이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또 다른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해외시장 다변화도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원가관리와 발주처 관리에서 해외지사 운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나가야 할지 할 일이 많다고도 했다.
사실 해외건설은 한 동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 건설업계에도 적지않은 시련을 겪게 하고 있다. 지난해 3개월만에 일궈냈던 100억 달러 수주고는 올해는 2개월 늦게 달성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400억 달러 해외수주 달성 목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해외수주 비중의 70% 정도를 차지하던 중동지역의 발주가 급감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당연히 건설사들의 올들어 해외공사 수주 실적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현대건설이 4월말 현재 19억5114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9억5298만 달러)과 비슷한 실적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대형 해외 플랜트 사업이 활발했던 GS건설은 1억4590만 달러에 그칠 정도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며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지만 우리의 기대나 희망처럼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오랜만에 해외현장을 둘러보고 온 김 사장의 얘기를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 사장이 강조한 얘기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수주를 위한 무리한 저가수주는 안된다는 것. 두번째는 특정지역 편향성을 극복해야 하고 수주한 사업은 어떡하든 원가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일정 수준의 수주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수익성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분석은 김 사장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교과서처럼 지적돼 온 얘기이자 정답이다. 다만 당장 눈앞의 실적 때문에 우리 건설업체들이 등한시 해왔을 뿐이다. 그러다 어려움이 닥치면서 금과옥조처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과열경쟁으로 인한 저가수주는 우선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과열수주경쟁으로 국내 업체끼리의 제살깎기 경쟁도 해외서 만큼은 자제돼야 한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어떡하든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 이를 위해 한국 건설사들에 대한 정보를 빼가는 것은 물론 역정보를 흘려가며 국내 업체끼리 경쟁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 발주처의 이러한 전략에 말려든 사례도 적지 않다.
아무리 원가절감을 한다고 하더라도 수주 금액 자체가 너무 낮을 경우 수익성 개선은 어렵다. 그래서 해외수주 확대를 위한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다. 여기에는 건설사 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이나 정책도 포함된다. 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해외건설협회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더 늦기 전에 민(民)·관(官)이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다.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