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간 항공회담이 우리 업계의 막대한 손실 가능성에도 불구, 결국 UAE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국토해양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7일부터 UAE 아부다비에서 항공회담을 열고 UAE측의 운항 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UAE의 요구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일 경우, 국내 항공산업에는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두바이-인천 노선에서 에미리트항공사의 운행 좌석대비 탑승률은 83%에 달해, 대한항공(주 3회)의 57%를 크게 웃돌고 있다. 운항 횟수가 배이상 많은데다 이처럼 탑승률까지 높아 전체 에미리트항공의 이 노선 점유율은 82%로 대한항공(18%)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UAE 정부로부터 유류비.세제 등의 측면에서 각종 지원을 받는 에티하드마저 한국 노선에 취항할 경우, UAE측 항공사의 독과점과 시장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업계가 더욱 걱정하는 것은 단순히 UAE-한국간 수송 수요 뿐 아니라 UAE를 경유해 우리나라와 유럽을 오가는 여행객과 화물까지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운 UAE 항공사에 대거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에미리트항공의 두바이-인천 노선을 이용하는 탑승객 가운데 이미 70% 이상은 두바이를 거쳐 유럽으로 나가는 경우다.
대한항공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에티하드항공이 아부다비-인천 노선에 여객편과 화물편을 각각 주 7회, 3회 취항하고 탑승률이 80%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 중동행 여객 수요 손실 65억원 ▲ 유럽 연결 여객 수요 손실 460억원 ▲ 화물 손실 120억원 등 한 해 최소 680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
여기에 현재 UAE행 노선은 없지만 유럽행 노선을 운행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피해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가 7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업계는 이처럼 본질적으로 불리한 항공회담에 우리 정부가 오히려 적극 나선 것은, 애초 협상의 목표가 순수한 항공 수요 조정이 아닌 '양국 관계 개선'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UAE내 건설 수주, 에너지 수입 분야 협력 등을 위해 항공회담을 '선심성'으로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 역시 "우리가 뚜렷하게 얻을 것이 없는 회담을 왜 진행하나"라는 질문에 "건설 수주 등 항공 외적 요소도 고려된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2월 25~26일 두바이에서 진행된 한.UAE 항공회담의 경우 국산 T-50 훈련기의 UAE 수출이 무산되자 곧바로 결렬된 바 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