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관, 자녀1인 특별 채용 '고용 세습'
노사'협의'아닌 '합의'로 구조조정 제약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직원 채용이나 승진 등에 개입하는 등 최고경영자 못지않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노조는 전체 산업평균에 비해 6배나 높은 노조 조직률과 총 500명이 넘는 노조 전임자 등 막강한 노조의 힘을 바탕으로 매우 후한 근로조건을 만들어 놓고 있어 모럴 해저드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6일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알리오 시스템에 따르면 상당수의 공공기관 노조들이 사측을 상대로 유리한 단체협약을 맺어 각종 수당과 휴가를 보전하고 인사 및 경영권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가스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일부 기관은 조합원이 순직 또는 공상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 퇴직과 동시에 배우자나 직계 자녀 1인을 특별채용하는 조항을 갖고 있다. 사실상 '고용세습'인 셈이다.
한국전력, 인천공항공사 등은 노조 간부의 인사·징계시 사전에 노조와 합의토록 했다. 철도시설공단, 도로공사는 근무평가 등 노조 전임자 처우를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도록 특혜 규정을 뒀다.
특히 대부분의 공공기관 단체협약은 노조 조합원의 채용, 이동, 평가, 승진 등 인사원칙을 사전에 조합과 협의 또는 합의 하에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한국공항공사 등은 구조조정, 합병·분할, 조직개편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노사 협의가 아닌 노사 합의로 시행토록 해 구조조정을 제약하고 있었다.
철도시설공단은 노조의 정원 확대 요구에 정당한 이유없이 거절할 수 없었고, 토지공사 ·도로공사 ·조폐공사는 특정직급 이상 채용시 노조와 합의토록 했다.
재정부측은 "인사 원칙을 사전에 조합과 협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공공기관의 인사와 경영권이 노조에 양도된 상황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에도 기관의 방만경영 실태를 보여주는 조항들도 포함돼 있다.
예금보험공사나 한국자산관리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방송통신대학교 수업참석 등 개인적인 학습 출석시간에 대해 공가 또는 특별휴가를 주고 있었으며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근무시간중에 대학이나 대학원 출석을 1주일에 2일, 8시간 한도내에서 허용하고 있었다.
한국거래소, 산업연구원, 조세연구원, 여성정책연구원, 전국연구전문노동조합 등은 경조휴가 일수가 지나치게 많아 단협상의 경조휴가를 모두 합치면 30~40일에 달했다.
또한 토지공사는 무주택 조합원이 주택조합 결성시 공사가 보유한 토지를 우선 공급하는 등 부지확보에 적극 협조토록 했다. 조폐공사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경우에도 유족 보상금을 지급하고 한국 과학재단과 전국공공연구노조는 조합원 창업 지원을 위해 휴직을 3년 부여하고 있었다.
철도공사, 산업연구원은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인 월 209시간보다 적은 184시간으로 규정해 연장·야근 근로수당을 많이 받고 있다. 조세연구원은 업무 외 질병 또는 부상으로 휴직하는 경우에도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기관장이 선임되면 노조는 이를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하고 해당 기관장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노조에 과도한 당근을 제공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일부 기관이 '신의 직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