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노 전 대통령,최대위기 직면

2009-05-06 19:13
  • 글자크기 설정

22년 우정 깨고 법정서 적수로 대면···임채진 '불구속' 피력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검찰로부터 재임중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자신의 신병처리 결정을 내맡긴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6일 “대통령님이 복잡한 심경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22년 동안 ‘정치인-후원자’라는 특별한 인연을 이어왔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배신’ 당하고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던 검찰의 '수장'에게는 '위로'를 받고 있어서다.

박 회장은 검찰 수사 내내 노 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박 회장은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이 100만달러를 먼저 달라고 직접 요구했고 500만달러도 노 전 대통령을 보고 건넨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그들의 22년 인연에 제대로 금이 간 대목이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 당시 박 회장이 부산 동구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이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의 16대 대선 당선 이후에는 ‘최고권력자-후원자’로 특별한 관계로 급격히 발전했다. 그러나 향후 법정싸움에서는 서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들은 서로 등 돌렸지만 만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께 대검찰청 특별조사실에서 이들은 조우했다. 노 전 대통령이 먼저 악수를 청하며 “고생이 많지요. 자유로워지면 만납시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박 회장은 “건강 잘 챙기십시오”라고 화답했다.

이런 만남 때문인지 박 회장이 최근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00만달러의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측근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권양숙 여사와 연철호·노건호씨에게 건넨 600만 달러가 베트남 화력발전소 수주나 경남은행 인수 청탁과는 무관하게 건넨 돈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반전을 노리기엔 시간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돈거래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를 찾는다면 청탁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은 증거 및 정황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 ‘악연’이라면 임채진 검찰총장과는 ‘우호’적 관계를 맺는 분위기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말 임명된 임 총장은 수사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검찰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난 이후 일선 지검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신병 처리에 대한 의견과 법조계의 의견 등을 물으면서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검찰 내부가 분열되고 큰일 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서는 현행법에 엄연히 총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왜 여론조사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임 총장은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친노 측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서 ‘뺨’ 맞고 임 총장에게 ‘위로’ 받는 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