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뇌물 혐의 밝히기' 초강도 수사… 12억 비자금 성격두고 법안다툼 예상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에 불려나오면서 구속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검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혀, 기소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 뇌물 수수 등 주요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진실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거쳐야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 5월 초 기소 결정
검찰은 이르면 5일을 전후해 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전직 대통령께서 조사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을 방문한 데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안의 실체에 대해서는 철저히 규명하고 사건 처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 사법처리에 무게를 뒀다.
검찰은 이날 직무관련성을 따지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 등을 먼저 조사하고 했으며 △100만 달러 △500만 달러 △12억5000만원 등 기타 사항을 시간 순서에 따라 신문을 진행했다.
이번 소환조사를 끝으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 1심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이 맡는다.
서울지법은 노 전 대통령 사건이 접수되면 이를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또는 형사합의23부(홍승면 부장판사)에 배당할 것이 확실시 된다.
1995년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12ㆍ12, 5ㆍ18 사건으로 기소된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사건은 서울지법의 수석 재판부인 형사합의30부(김영일 당시 부장판사)에 배당됐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중앙지법 수석부는 본안 재판을 맡지 않고 있는데다 2003년부터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가 따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배당 예규와 수년간의 관례에 따라 이번 사건도 통상의 방식으로 맡기는 게 자연스럽다는 공감대가 법원 내부에 강하게 형성돼 있다.
◆기소 이후 이어질 치열한 법정다툼
재판이 시작되면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은 박연차 회장이 건넨 600만 달러의 주인이 누구인지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빼돌려 형성한 비자금의 성격을 놓고 본격적인 다툼을 벌어질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박 회장이 2007년 6월 청와대에서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건넨 100만 달러와 작년 2월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송금한 ‘호의적 투자금’ 500만 달러의 존재를 모두 퇴임 후에 알게 됐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이를 허물어뜨리기 위한 증거를 재판에서 내보여야 한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단순히 돈이 오간 사실을 알았다는 수준을 넘어 직ㆍ간접적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는 점도 검찰의 몫이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놓고 여야는 확연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수사를 검찰에 맡기고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보복 수사라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정치권이 견해를 밝히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며 여권 실세도 조사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증거 없이 단순한 의혹이나 소문으로 수사를 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정말 안타깝고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것이 마지막이기를 바란다”며 “전직 대통령 뿐만 아니라 현재 권력의 핵심과 측근들의 의혹도 성역없이 밝혀야 검찰 수사가 공정하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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