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 죄송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석했다. 재임 중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한 대검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의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해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됐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6월29일 청와대에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 또 2008년 2월22일 박 회장으로부터 조카사위 연철호 씨의 홍콩 계좌를 통해 500만 달러 등을 포괄적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대검 특별조사실 1120호에서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서 직접 600만 달러를 요구했는지와 금품이 오간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등이 조사의 핵심이었다.
검찰은 또 정 전 비서관이 2005년∼2007년 7월 6차례에 걸쳐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연루돼 있는지도 집중 추궁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오후 1시19분께 대검 청사에 도착한 직후 “왜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면목 없는 일이죠“라고만 짧게 답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오전 8시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출발하기 전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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