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지구에서 본격적인 분양시장이 열리면서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한 해당 건설사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과 마케팅전으로 피가 마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 등 5월 분양에 들어가는 건설사들은 분양가격과 일정, 마케팅전략 등 경쟁사의 동향을 살피며 분양률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앞서 분양한 한라비발디가 성공적인 분양으로 잔뜩 고무돼 있는 상황이지만 혹시나 하는 우려에 경쟁사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만약 미분양의 발생할 경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클 뿐만 아니라 향후 분양시장에서도 고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무엇보다 분양가 책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달 6일 분양에 들어갈 예정인 한화건설은 3.3㎡당 평균 분양가를 106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한라 비발디 보다 25만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식기세척기,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 10여가지 옵션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한화건설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로 타지역보다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타업체의 분양가 상황을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30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하는 한일건설은 한화건설보다 10만원이 가량 저렴한 1050만원으로 결정했다.
청라 한일베라체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한화 꿈에그린에 비해 분양가에 포함된 옵션은 적지만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고객에게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분양을 예정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분양가를 낮추자니 수익성이 떨어지고, 외면하자니 분양률이 저조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SK건설은 모델하우스 개관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1000만~1100만원 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분양팀에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까지 분양가 문제로 고심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건설사들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분양가마저 별 차이가 없을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부동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다. 따라서 분양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매도를 고려하는 청약자들은 브랜드가치를 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브랜드 인지도 낮은 건설사들의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결국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 뿐이 없다"고 말했다.
신경희 부동산뱅크 리서치팀장은 "분양가 할인이라는 카드가 업체 입장에서 부담스럽기는 하겠지만 미분양 사태보다는 낫다고 보기 때문에 타 업체들도 한라 비발디의 분양가와 비슷한 가격에 공급하거나 조금 더 낮아질 수 도 있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