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벼락치기 국회', “언제 정신 차리나”

2009-06-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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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선거가 사람 잡겠네요.”

막바지 재보선 운동이 한창이던 28일, 기자와 통화한 한나라당 A의원이 토로한 말이다. 실제로 간간이 ‘동문서답’으로 말이 끊기고 수화기 너머로 고성과 잡음이 섞이는 등 대화보다는 격동의 선거현장을 간접체험 하는 듯했다.   

카드수수료 법안 등 총체적인 민생·경제법안이 당초 대화주제였으나 ‘재보선’으로 흐지부지 되고 만 것이다. 수화기를 놓으면서 주객이 전도된 현 국회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물론 선거운동도 좋다. 5개 지역구에 불과한 ‘미니선거’이긴 해도 이번 재보선은 MB정부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의 총체적 평가의 장이라는 점에서 나름 의미도 있다.

하지만 이번 임시국회는 추가경정 예산안, 분양가 상한제, 비정규직법, 카드수수료법 등 진작 여야합의를 보고 통과시켰어야 할 민생·경제법안들이 산더미다.

A의원도 그 ‘정신없는’ 와중에 “국회서 할 일이 태산이지만 당 방침이니…”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간 상임위에서 의결하고 법사위 심사를 거친 뒤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미 초반부터 처리하기로 합의된 법안(주·토공 통합법)에서는 여야가 신경전을 펼쳤다.

이것도 모자라 한은법을 놓고는 상임위 간 ‘밥그릇 싸움’이 일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엇박자(양도세 완화, 비정규직법)가 불거졌다.    

그뿐인가. 재보선 선거운동 열기가 비교적 적었던 이번 달 초중반에도 관련 상임위와 본회의장은 텅 비어 있었다.

“이번 국회에선 ‘목욕당’ 창당하느라 의원님들이 너무 바빴다”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선거가 끝난 지금 와서는 ‘경제법안 단독처리’가 논란이다. 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해주지 않으니 억지로 끝내겠다는 것이다.

초중고 시절, 평소에는 놀다가 시험기간이 돼서야 허겁지겁 벼락치기에 임하는 꼴이다.

이미 4월 국회는 끝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헛된 일일 수도 있지만 사람은 희망을 갖고 사는 동물이다.

경제위기 시대에 6월 임시국회에서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길 기대하는 건 기자뿐일까.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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