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 "지는 골드만삭스 뜨는 JP모건체이스"

2009-04-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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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자들 사이에 JP모건체이스가 골드만삭스를 제치고 금융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사진은 제이미 디몬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미국 월가의 입소문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하다. 지난해 미국 최대 금융사기 사건의 장본인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기관투자자 사이의 입소문만으로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끌어 모았고 미국 5대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는 '유동성 위기로 잘못될 지 모른다'는 소문에 결국 지난 3월 JP모건체이스로 헐값에 넘어갔다.

이런 월가의 '입'들이 최근 "골드만삭스 시대는 가고 JP모건체이스가 급부상하고 있다"며 제이미 디몬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고 미국 비즈니스 월간지 포트폴리오가 최근 전했다.

언론에서는 여전히 골드만삭스가 이번 금융위기에서 보여준 위기 대응능력을 '현대판 철인(哲人)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극찬하고 있다. 선견지명으로 경쟁사에 비해 신속하면서도 냉철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 1분기에 18억1000만 달러(주당 3.39 달러) 순익을 기록했다고 밝히고 50억 달러의 증자를 통해 그동안 지원받은 구제금융을 조기 상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는 뒤이어 나온 JP모건체이스의 1분기 실적에 더 주목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 16일 올 1분기에 21억4000만 달러(주당 40센트)의 순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주당 순익은 골드만삭스보다 못하지만 매출은 250억 달러로 작년 동기 169억 달러에 비해 4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골드만삭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더 주목할 것은 JP모건체이스의 투자은행 부문이 1분기에 16억1000만 달러 순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87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던 비하면 대반전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던 지난 1분기 수많은 기업들이 JP모건체이스를 통해 회사채와 주식을 발행했다는 것이다.

반면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부문의 1분기 순익은 8억2300만 달러에 불과했고 자산운용 및 증권서비스 관련 수수료에 따른 순익은 각각 28%, 30%씩 줄었다.

포트폴리오는 JP모건체이스가 이처럼 두각을 낼 수 있었던 비결로 디몬 회장의 공격적이면서도 신중한 리더십을 꼽았다. 지난 2006년 말 최고 자리에 오른 디몬은 '동물적 인수합병(M&A) 후각'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80년대 이후 골드만삭스에 밀린 JP모건체이스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특히 파산위기에 놓인 기업들을 상대로 한 그의 경영 전략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직전 그는 잠재적 손해에 대비해 170억 달러 상당의 현금과 증권 계좌를 동결시켜 투자자들의 자산을 지켜낸 것으로 전해진다.

골드만삭스의 상대적 부진도 JP모건체이스의 돌풍에 힘을 실어줬다. 포트폴리오는 골드만삭스가 1분기 동안 기업 인수ㆍ합병(M&A)시장을 주도하면서 상당한 역량을 소진했다고 평가했다. M&A 협상 과정에서 주가 차익을 통해 수익을 내려고 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수익이 기대만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사이 JP모건체이스는 투자 부문을 주도했다.

양사의 운명이 엇갈리는 데엔 리더십의 차이도 한몫했다.

디몬은 금융위기의 진원지라며 비난받고 있는 월가를 대변하는 인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거액의 보너스를 받는 월가 CEO들에 대해 '무책임한 시대의 상징'이라고 비판하자 디몬은 "실적을 바탕으로 엄밀하게 평가하라"며 "금융인들을 모두 악당 취급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받아쳤다.

그러나 최근 사임한 존 윙클리드 골드만삭스 공동 회장은 1억 달러가 넘는 고액 연봉에도 불구하고 현재 파산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몬이 월가의 새 시대를 대표한다면 윙클리드는 몰락한 월가의 상징이 되는 셈이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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