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공개, ‘약’인가 ‘독’인가

2009-04-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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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유업체 경쟁에 따른 기름값 인하 기대
시장역행 규제·고유류세·담합우려 등 문제점 제기  

정유사별 기름값 공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정유업체·주유소들은 다음달 1일부터 석유제품 판매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조치로 휘발유나 경유값이 하락하게 될 지는 미지수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기름값은 고공행진을 보였다.

그만큼 유가시장이 예측 불가능한 데다 관련업계 반응과 조치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유업체들은 이미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기업 규제’라고 지적한다. 치솟는 국내 기름값을 잡는다는 당초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상향이든 하향이든 가격이 한 곳으로 수렴될 수도 있다”며 기름값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기름값 공개, ‘독과점’ 탈피하나

정부는 지난 21일 기름값 공개 조치를 담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휘발유나 경유 가격이 높은 원인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 정유업체들의 독과점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진이 모두 드러나면 업체 간 가격인하 경쟁이 유발된다. 특히 휘발유 도매가격은 리터당 최소 20원 이상은 하락하지 않겠느냐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4월부터 주유소 가격이 공개됐다”며 “따라서 정유업체는 가격인하 압력을 받게 되고, 정유업체나 주유소 모두 소비자의 인하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기름값 공개는 유통 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가격인하 효과, “글쎄…”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현행 휘발유 소비자 가격엔 약 60%의 세금이 붙는다.

올 1월만 해도 1%에 불과했던 석유제품 수입관세도 지난달 3%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해도 국내 세금구조상 공급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석유협회는 “현재 휘발유 가격의 경우 세금만 출고가격의 160%가 넘는 수치로 반영된다”며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당연히 국내 가격반영률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규정한 ‘영업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 가격공개’의 기준도 모호하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을 공개하라는 것은 시장 자본주의를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GS칼텍스 관계자도 “기름값은 주유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서비스하기에 정유업체들의 가격을 공개하라고 해도 가격인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유업체들의 암묵적인 담합 등 또 다른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가격이 공개되면 SK에너지 등 휘발유를 비싸게 공급해 온 대형정유 업체는 현 가격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정유사들은 오히려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오강현 석유협회 회장의 “기름값이 오히려 상향 수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이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 세금정책 배경이나 주유소들의 가격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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