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흑인으로 미국인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대공황에 비견되는 경제 위기의 정점에서 백악관에 들어섰던 만큼 오바마에게 지난 100일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쳤는지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고 외치던 자신감도 이전만 못하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자동차산업이 풍비박산나고 월가 역시 몰락한 상황에서 오바마가 지난 100일 동안 보여준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미국인들은 일단 합격점을 줬다.
지난 23일 발표된 AP통신과 시장조사기관 GfK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64%로 조사됐다. 지난 1953년 이래 역대 미 대통령의 집권 첫 100일간 여론지지도도 평균 65%다. 취임 당시 80% 안팎의 지지율에는 못 미치지만 난세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지도자로서는 후한 점수를 얻은 셈이다.
백악관은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보다는 오바마의 정책에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바마가 지난 100일간 내놓은 정책은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법안은 물론 관타나모 기지 수용시설 폐쇄,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 등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방대하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견이 최근 5년여만에 처음으로 반대 의견을 앞질렀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국민들과 공감대를 넓힐 수 있었던 비결로는 '소통 정치'가 꼽힌다. 오바마는 전방위로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국정에 반영하면서 거의 매일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0 회계연도 예산을 처리할 때는 인터넷을 통해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했고 심야토크쇼에 출연하는 파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바마가 풀어야 할 숙제는 한 둘이 아니다. 백악관이 "취임 100일은 상업적 목적에서 만들어진 '밸런타인 데이' 같은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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