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키코 설명의무 불이행 은행 손배책임"(종합)

2009-04-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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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키코(KIKO) 효력 정지 가처분 사건에서 설명의 의무 등을 포함하는 '고객보호 의무'라는 새 기준을 제시하며 키코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다.

대신 법원은 앞선 사례에서 키코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사유로 언급했던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 변경' 논리는 배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24일 ㈜에이원어패럴, ㈜케이유티, ㈜라인테크가 키코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신한ㆍ씨티ㆍ하나ㆍ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3건을 일부 받아들였다.

반면 ㈜티엘테크, ㈜파워로직스, ㈜유라코퍼레이션, ㈜기도산업, ㈜기도스포츠, ㈜포스코강판, ㈜디지아이가 신한ㆍ씨티ㆍ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7건은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금융위기가 닥친 직후인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7건의 가처분 사건을 결정하며 대체로 키코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의 입장을 받아들였는데, 이날 결정은 정기 인사로 재판부가 대폭 바뀐 이후 처음 나온 것으로 남은 67건의 가처분 사건과 100건 가까운 본안 사건 처리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에게는 높은 수준의 고객 보호 의무가 요구된다"며 "상품의 구조와 잠재된 위험 요소 등을 고객에게 충실히 이해시킬 설명의 의무가 있다"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같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므로 은행이 키코 계약에 따른 옵션 채무 이행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키코는 내용이 복잡한데다 당장 현금으로 거래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니어서 전문 지식이 부족한 기업은 유리한 조건에 집착해 위험은 신중히 고려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부 은행은 설명 의무를 게을리했음은 물론 환율 하락 기대를 부추기는 적극적 판촉으로 계약을 유도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를 갖게 됐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환율이 계약 때보다 130% 이상이 된 경우 발생한 거래 손실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을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을 낸 중소기업들은 키코 계약 자체를 중단시켜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일부 인용한 경우에도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고 키코 계약 자체는 존속시키는 대신 은행 쪽이 유리한 옵션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은행이 설명의 의무를 충분히 한 경우 ▲기업이 투기 목적으로 키코에 과도하게 가입한 경우 ▲가입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시급한 결정을 요하지 않는 경우 등에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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