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주택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폭락했던 아파트 가격이 상당수준 회복됐는가 하면, 신규 청약시장에도 발길이 몰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세는 최고가를 보였던 지난 2006년말 대비 90% 선을 회복했다. 분당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오름세도 확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살아나는 주택시장을 반영이나 하듯 신규 분양을 앞두고 있는 인천 청라지구와 파주 교하지구 모델하우스에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개관한 청라 한라 비발디 모델하우스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동안 1만5000명이 다녀갔다. 파주 교하신도시 '한양 수자인'에도 같은 날 비슷한 규모의 방문객들로 붐볐다.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분양시장이 서서히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잠잠했던 이른바 '큰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주 교하신도시의 분양관계자는 "최근 강남의 한 투자자가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만약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5가구 정도를 선주문 했다"며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다주택에 관계없이 양도세 100%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최근 부동산 투자 관련 문의가 하루 5~6건에서 10~12건으로 늘었다"며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경기 부양과 규제 완화 정책이 시장에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바닥은 한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돼야 한다"며 "지금은 바닥이 아니더라도 결국엔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투자자들이나 실수요자들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현재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시장이 회복된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의 미분양주택도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 미분양주택이 해소되면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나아지고 이는 새로운 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국의 미분양주택도 지난해 12월 16만5599가구를 기록한 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전국 미분양주택은 1월(16만2693가구)보다 721가구 줄어들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현재의 시장 움직임이 완전한 회복을 의미한다고는 할 수 없다"며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유망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한편 기대감만 커졌을 뿐, 부동산 경기가 실질적으로 살아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투자자들이 실제 투자에 있어서는 아직 보수적인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팀장은 "정부의 규제완화와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최근 청약 열기의 이유"라며 "그러나 단지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늘어난 것 일뿐 이것이 실제 시장의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인 회복국면이 아니라 장기적인 정상화단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못지않게 실물경기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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